[ET톡]반도체 '분골쇄신'

[ET톡]반도체 '분골쇄신'

지난 27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반도체 업계 관계자가 모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X세미콘, DB하이텍, 키파운드리, 원익그룹, 주성엔지니어링 등 반도체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는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행사는 1994년 반도체 수출 100억 달러 돌파를 기념하고 반도체 유공자 노고를 격려하는 축제의 자리다. 올해는 40명이 3개 훈장을 비롯해 역대 최대 포상을 받았다. 코로나19 이후 오랜 만에 반도체 유공자뿐 아니라 산·학·연 관계자 44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곽노정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은 축사에서 “반도체는 기업에서 나아가 국가간 사활을 건 경쟁이 됐다”며 “반도체 기업인들이 힘을 모으고 위기를 넘어서 반도체 초강대국으로 도약하자”고 밝혔다. 이용한 원익 회장은 곽 회장의 언급에 '분골쇄신'이라는 말로 답했다. 분골쇄신은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고 시황 침체라는 대내외적 경제 위기 파고를 뛰어넘자는 의미다. 정부와 국회 역시 내년 1월 반도체 특화단지를 지정하고 인허가 특례와 인센티브를 통해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며 힘을 보탰다.

반도체인이 위기 극복 의지를 드러냈듯이 시장 위기 상황은 이미 실적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투자 축소와 감산을 결정했다. 시장 침체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 조정 결정을 내린 것이다. 내년 시설투자(CAPEX) 규모도 절반 이상 줄이고 수익성 높은 제품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원가 경쟁력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시장의 수급 밸런스가 정상화되도록 일정 기간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한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계는 미중 첨단산업 주도권 경쟁 구도 속에서 반도체 분야 발전의 기로에 놓였다. 시황 침체 장기화에 대응전략을 설정해야 한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내년 D램 웨이퍼 설비 투자를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일본 키옥시아는 낸드 생산량을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시장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지만 양사 경쟁 관계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서버 고객사 DDR5, 데이터 센터 고객사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제품 개발뿐 아니라 원가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세계 메모리 선두 기업으로 쇄신의 의지가 필요한 시기다. SK하이닉스가 거시 경제에 지정학적 위기가 더해진 유례없는 심각한 상황이 “고통스럽다”고 언급했듯이 고통의 시기를 분골 쇄신 의지로 이겨내기를 기대한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