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부설 기관으로 2013년 설립된 본투글로벌센터(이하 센터)는 설립 이후 올해까지 3000개에 가까운 혁신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스타트업은 약 3조3000억원 투자 유치 실적을 달성했고 112개 기업이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해외 계약과 제휴는 596건, 해외 특허출원은 996건에 달한다. 법률, 회계, 마케팅 등 전문 컨설팅 서비스도 1만 6000여건이다. 최근에는 테크매칭 등을 활용해 해외 합작법인 설립을 지원, 9개국에서 17개의 조인트벤처가 탄생했다. 한국 디지털 혁신 기술을 해외에 수출해 현지 기금과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유치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센터 지원으로 성장해 인수합병과 기업공개 등으로 '졸업한' 스타트업은 13개사,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이른바 '유니콘'은 2개사에 달한다. 센터가 이같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는데 핵심 재원으로 활용한 것이 정부의 'ICT기금'이다.
※공동기획 :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3000개 이상 혁신 스타트업 지원
설립 10년을 앞둔 센터가 우리 혁신기술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방식은 여타 기관과 다르게 다소 독특하다. 바로 글로벌 시장의 기술 수요를 먼저 파악한 후 관련 혁신기술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장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찾아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법률, 특허, 회계, 마케팅 등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그 기업이 시장수요에 맞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해외투자기관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지원한다.
글로벌 시장의 기술 수요에 맞는 스타트업들을 찾아 지원하는 것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지난 2021년 8월 벤처캐피털 데이터베이스 기업인 CB인사이트가 2018년 이후 실패한 스타트업 111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5%가 '시장 수요 없음'을 실패 원인으로 꼽아 '현금 부족 및 신규 투자 유치 실패'(38%)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품질이나 기술력만큼이나,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 수요를 찾아내 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여부가 스타트업의 성장과 생존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넷스케이프 설립자이자 벤처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이 처음 사용한 용어인 '프로덕트 마켓 핏'(PMF:Product Market Fit)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화두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제품이 폭발적 기업 성장을 가져올 만큼 시장 수요에 적합한지 궁합을 따져 보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스타트업 성공확률이 반증하고 있듯이 PMF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매년 100여개 회원사에 PMF 컨설팅
디지털 혁신 기술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사업화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인 본투글로벌센터는 매년 100여개 회원사를 선발, 글로벌 시장진출 가능성을 검증하는 PMF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가 보유한 자체 전문 인력과 더불어 국내외 125개 법인과 파트너십을 맺고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사전에 꼼꼼하게 따져 본다. 기업이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의 각종 제도와 잠재 고객의 성향을 분석, 시장적합성을 검증한 후 사업 모델과 판매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돕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기술기업들을 찾는 글로벌기업과 우리 스타트업을 직접 맺어주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부품 및 전장 분야 글로벌 기업인 콘티넨탈 그룹(Continental AG)과 협업 사례는 센터의 성공방정식을 보여준다. 2020년 5월 콘티넨탈 그룹은 ICT 분야에서 동사의 기술 파트너가 될 혁신기술 스타트업을 찾는 '콘티넨탈 글로벌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센터와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센터는 100여개에 달하는 멤버사 중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할 만한 국내 기술기업을 추천하고 일대일 밋업(meet-up) 등 콘티넨탈 그룹의 수요에 적합한 기술 파트너를 발굴하도록 지원했다. 1차 선발과정에서 교통,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분야 기술 기업 24개사가 올라갔고, 이후 몇 차례의 공동 평가를 거쳐 그해 12월 점자서비스 기술기업 '닷(dot)'이 기술검증 파트너로 최종 선정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성공적 협업을 통해 신뢰를 쌓은 본투글로벌센터와 콘티넨탈그룹은 2020년 12월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공동 기획 △콘티넨탈 해외 네트워크 지원 △유망 모빌리티 스타트업 공동 발굴 및 콘티넨탈 글로벌 이노베이션 프로젝트 연계 지원 △모빌리티 분야 글로벌 트렌드 정보 공유 등 상호 협력관계를 지속하기로 했다.
◇선택과 집중에 입각한 유망기업 장기 지원
'선택과 집중'에 입각, 유망 기업을 장기 지원하는 방식도 센터의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지원 프로그램 대상으로 선정된 스타트업이 일정 수준 이상 우수한 실적을 거둘 경우 별도 선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프리패스'로 내년에도 지원프로그램에 계속 참여케 하는 식이다.
실적 평가에 기반한 장기지원은 본투글로벌센터와 참여기업간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높이고 기업 성장과 필요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가능케 했다. 2022년에는 멤버사 103개중 10개사가 '프리패스'를 받아 멤버사 자격을 유지했다. AI를 이용한 암 진단 및 치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루닛', 식량 위기 시대 농업에 데이터 기술을 접목하여 관심을 받고 있는 '그린랩스', 군집비행 기술과 통합모빌리티 관제시스템 기술을 기반으로 퀵커머스 시장에도 진출한 '파블로 항공', AI 기반 교육플랫폼 기업으로 세계적 AI기업으로 성장한 '뤼이드', 세계최초 단방향 다이내믹 인증 등 차세대 보안인증솔루션 기술을 보유한 '센스톤', AI학습용 데이터 플랫폼 '크라우드웍스',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 Typed를 운영하는 '비즈니스캔버스', IoT 보안솔루션 '노르마', 온-오프라인 통합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듀테크 기업 '클라썸', 기업용 채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센드버드' 등이다.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유니콘으로 등극한 '센드버드'는 센터의 지원 프로그램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 기업용 채팅플랫폼 혁신기술 기업 센드버드는 2016년 본투글로벌센터 회원사로 선발된 후 올해까지 7년간 글로벌 진출에 필수적인 법률, 특허, 회계 컨설팅을 꾸준하게 제공받았다. 해외 사업계약서 검토 및 법률적 위험관리, 해외선행 기술조사 및 특허 동향조사 지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홍보 콘텐츠 제작 및 광고 등 지원 범위와 방식은 다양했다. 네덜란드, 대만, 홍콩,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나라들에서 센터가 주관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해외 파트너와 고객을 발굴하고 사업을 확장할 기회도 제공받았다. 2021년 3월에는 특허 컨설팅을 지원받아 유럽연합, 중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20개국에 상표등록을 출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센터의 지원하에 센드버드는 2019년 2월과 5월 각각 5200만달러(약 586억원)와 5000만달러(약 585억원) 등 2회에 걸친 시리즈B 투자를 받는 등 성장을 거듭했다. 2021년 4월 1억달러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달성하면서 우리나라 스타트업으로는 12번째, B2B 기반 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인정받는 유니콘 반열에 올라섰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