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자체 역량을 쏟아부은 중앙처리장치(CPU)를 이르면 내년 출하한다. 글로벌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 의존도를 축소하려는 행보가 본격화됐다.
퀄컴은 16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2'에서 누비아가 설계한 맞춤형 CPU '오라이온' 이름을 공개했다. 구체적인 사양은 밝히지 않았지만 내년 출하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누비아는 2021년 초 퀄컴이 14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인수한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용 'A 시리즈' 칩을 설계했던 핵심 엔지니어가 2019년 설립했다.
누비아는 서버용 CPU 개발에 집중했지만 이번 퀄컴 오라이온은 모바일·IT 기기가 대상이다. 전력 효율성과 휴대성, 연결성을 앞세운 '올웨이즈커넥티드PC(ACPC)'용으로 첫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7c와 8cx 등 ACPC용 플랫폼(칩)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CPU인 '크라이오'는 핵심 코어가 Arm 기반이다. 퀄컴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IP 라이선스 비용과 로열티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누비아 코어 역시 Arm 아키텍처를 사용한다. 하지만 누비아가 직접 맞춤형 코어를 설계했다. Arm 호환성은 유지하되 퀄컴 CPU 특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로 Arm 의존도를 낮추고 퀄컴 설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신규 CPU를 '크라이오'가 아닌 '오라이온'이라고 붙인 것도 기존 Arm 코어 기반 CPU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퀄컴은 오라이온 CPU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ACPC뿐 아니라 모바일과 확장현실(XR)용 CPU까지 나올 가능성도 크다.
다만 Arm이 퀄컴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Arm은 퀄컴에겐 누비아에게 제공한 자사 IP를 활용할 수 없다며 지난 8월 미국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