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신규 모바일 플랫폼(칩)인 '스냅드래곤 8 2세대'를 TSMC에 위탁생산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협력은 견고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TSMC를 선택한 건 이번 세대(모델)의 설계와 공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향후 파운드리 선택 변화와 확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크리스 패트릭 퀄컴 수석부사장 겸 모바일 핸드셋 부문 본부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2'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파운드리 변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패트릭 수석부사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퀄컴 스냅드래곤 8 시리즈 개발을 맡고 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8 1세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사용했지만 이번에 공개한 2세대는 TSMC 4나노 공정으로 옮겼다.
패트릭 수석부사장은 “퀄컴은 삼성전자와 매우 가깝지만 이번 세대(올해)는 파운드리 생산량, 트랜지스터 전력, 성능, 가격 추세, 공급망 균형 등 여러 결정 요소로 바탕으로 TSMC를 선택했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우리의 큰 파트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스냅드래곤 시리즈을 양산할 때 다양한 요소를 검토하고 최적의 파운드리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일반론이지만 퀄컴이 파운드리 변경 이유를 공식적으로 매체에 알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패트릭 수석 부사장은 “미래에 (삼성전자는) 다시 우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퀄컴은 반도체 칩 제품이 많은 만큼 여러 곳에서 양산하는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이어왔다. 스냅드래곤 8 2세대는 TSMC를 선택했지만 모뎀이나 음향 칩, 증강현실(AR) 플랫폼 칩 등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다양한 파운드리를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스도 퀄컴의 주요 협력사로 알려졌다.
퀄컴은 파운드리 확장 전략도 추진한다. 지난해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하면서 퀄컴을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2나노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퀄컴은 4나노 이하 첨단 공정도 지속 연구개발(R&D)한다. 패트릭 수석 부사장은 “선도 파운드리와 협력해 새로운 공정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하이엔드 제품부터 작은 기기까지 차세대 기술을 탐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다만 계획 중인 특정 공정과 제품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16일 발표한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오라이온'이 스냅드래곤 8 시리즈에 탑재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오라이온은 퀄컴이 인수한 누비아가 개발한 CPU로 기존 퀄컴 CPU인 '크라이오' 대비 Arm 반도체 설계자산(IP) 의존도를 대폭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모바일 PC용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8에도 확대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퀄컴의 '탈(脫) Arm'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패트릭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몇가지 계획이 있고 회사 전체에서 초기 제품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며 “아직 공유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