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18일 한국과 스페인 양국이 자동차·재생에너지·반도체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의 중남미·유럽 진출 및 스페인의 아시아·태평양 진출의 상호 교두보가 되자고 제안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페인상공회의소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한·스페인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산체스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비상 상황에서 (한-스페인 양국이) 첨단기술을 통해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해 대(對)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였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국가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산체스 총리는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스페인은 유럽연합(EU) 5대 강국 중 올해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은 이미 전력 생산량의 50%를 신재생에너지원이 차지해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줄었다”면서 “스페인은 한국처럼 지속가능개발과 디지털 전환이 시민(의 삶)을 진일보 시키고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스페인 양국은 지난해 전통산업 분야 교역이 상승했고 첨단기술 분야 등으로 협력을 다각화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양국 무역은 2019년 최고점을 찍고 2020년 30% 감소했지만 지난해 분명한 회복세를 보였고 올해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은 최근 반도체나 전기차 부분에서 유럽의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산체스 총리는 “독일 폭스바겐 그룹의 경우 스페인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 100억유로를 투자하고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녹색 메탄올, 암모니아 등 탈탄소화를 위해 100억유로를 투자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의 대 스페인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스페인 투자는 전통적으로 재벌 등 대기업이 유통·화학·토목을 중심으로 집중했지만 최근 한국 기업이 스페인 재생에너지, 전기배터리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스페인 기업도 한국과 해상풍력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부동산·폐기물 관리 등에서 상호보완하고 양방향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과 스페인은 디지털화, 지속개발 분야에서 정부를 넘어 양국 기업 간 투자 기회가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녹색수소나 첨단연료 등에서도 (한국과) 협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7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에 있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했다. 산체스 총리는 삼성전자의 주력인 차세대 메모리반도체(D램·낸드)를 생산하는 평택 1라인(P1)을 둘러봤다
산체스 총리는 “삼성 평택 반도체 생산공장을 방문해 스페인의 반도체 공급망 등 전략을 설명했다”면서 “인텔, 퀄컴이 스페인의 잠재력을 인정하는 것처럼 (삼성전자도) 시장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스페인은 유럽이나 중남미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