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동진쎄미켐 극자외선 감광액(EUV PR)을 일부 양산에 활용하면서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3대 품목인 EUV PR과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모두 국산화하거나 대체하는데 성공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입 의존 비중을 줄이고 공급망 안정화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한 성과로 풀이된다. 특히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공급 기업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요 기업 간 상생 협력이 주효했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수출 규제 3대 품목 중 하나인 EUV PR 대일 의존도가 50% 이하 떨어졌다고 밝혔다. 벨기에산 EUV PR 수입 다변화 등 노력이 한몫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일본 수출 규제가 본격화되자 다른 국가 수입 비중을 높이며 공급망 안정화를 시도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EUV PR 수급을 직접 챙긴 걸로 알려졌다. 이후 90%에 달하는 대일 의존도를 대폭 낮췄지만 국산 EUV PR 개발은 막 걸음마 단계였다. 삼성전자가 올해 동진쎄미켐 EUV PR을 양산에 적용하면서 상용화 성공 성과를 거뒀다.
불화수소 국산화는 속도가 빨랐다. 2020년 1월 솔브레인이 고순도 불화수소를 개발했다. 현재 삼성전자에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솔브레인 불화수소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은 한국 수출을 재개하기도 했다. 현재 불화수소는 SK머티리얼즈, 램테크놀로지, 이앤에프테크놀로지 등이 개발에 성공, 일부 제품은 반도체 제조사 양산에 활용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불화수소 수입액은 2019년 3630만달러에서 지난해 1250만달러로 66% 급감했다.
폴더블폰 디스플레이에 쓰였던 불화폴리이미드는 초박막경량유리(UTG)로 대체됐다. 삼성전자가 성능과 안정성을 고려, 불화폴리이미드 대신 UTG를 폴더블폰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불화폴리이미드 수요가 의미없는 수준이 됐다.
이같은 국산화 성과는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간 탄탄한 협력 체계 덕분이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사가 핵심 소재 개발을 적극 지원했다. 동진쎄미켐과 솔브레인 등 EUV PR과 불화수소 개발은 실제 수요 기업과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 품질 테스트와 신뢰성 검증을 위한 자체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학이나 공공기관 등 국내 연구개발(R&D) 인프라로는 반도체 핵심 소재 개발에 한계가 있다”며 “수요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제 양산 라인에서 테스트하지 않으면 상용 제품을 쉽게 개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상당한 소부장 국산화 성과가 이어졌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은 많다. 국산 제품이 실제 활용되는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사의 기존 공급망을 급격히 재편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다만 해외 주요 소부장 기업이 고객사가 있는 국내에 생산 거점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