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경제의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방역 당국의 '제로 코로나'를 거부하는 이들이 잇달아 시위에 나서면서 불안정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혼란이 반도체, 기계, 가전 등 첨단 제품의 생산·유통을 늦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의 중국 최대 생산 거점인 폭스콘 정저우 공장이 올해 애플 아이폰14 생산계획 물량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공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감염을 우려한 인력이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간 데다 신규 채용한 노동자들도 방역 당국의 공장 폐쇄 조치에 반발하면서 생산 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정저우 공장의 아이폰 생산량은 애초 계획 대비 600만대 이상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록다운'(봉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이폰 생산에 더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혼다는 지난달 28~29일 중국 우한시에 있는 생산공장 세 곳의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주변 도시가 봉쇄되면서 노동자의 출근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엔진을 제조하는 혼다의 충칭 공장도 12월 초까지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중국에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은 이같이 심각한 생산 차질에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언제 봉쇄 조치에 나설지, 또 어떤 기준으로 봉쇄를 해제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 단축 등 방역 대책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확진자가 하루 평균 3만명 이상 발생하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 이례적으로 정부와 당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임에도 방역 당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NYT는 이번 시위가 당국의 조치로 진압될지, 시진핑 국가 주석을 향한 저항으로 번질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제로 코로나'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그동안 풍부한 노동력과 값싼 인력, 거대 시장을 앞세워 '세계의 공장'으로 떠올랐다. 한국 제조기업도 '기회의 대륙'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앞다퉈 공장을 지었다.
중국 정부와 시위대가 정면으로 충돌한 만큼 현지에 공급망을 구축한 한국 기업들이 직간접 영향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특히 애플이나 혼다처럼 공장이 멈춰서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치명타로 작용한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 사태를 경험한 애플은 인도, 베트남 등지로 생산 물량 일부를 이전하는 등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주저할 시간이 없다. '차이나리스크'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