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는 15일부터 DX(가전·모바일) 부문을 시작으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글로벌 전략회의에 들어간다. 이재용 회장도 취임 첫 해인 데다 엄중한 경영환경을 고려, 참석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15일 전사와 모바일경험(MX)사업부, 16일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사업부 등 DX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수원사업장에서 개최한다. 이어 22일에는 DS(반도체)부문도 회의를 연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각 사업 부문장 주재로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까지 모두 집결, 경영 현안과 사업 전략을 구상하는 삼성전자 최대 회의다. 연중 상·하반기로 나눠 6월, 12월 두 차례 진행한다. 통상 상반기 회의에는 하반기 전략, 하반기에는 이듬해 전략을 집중 논의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는 사업부별 온라인 회의로 전환했다가 올해 2년 만에 온·오프라인 형태로 열렸다.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도 오프라인으로 개최하되 온라인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DX부문장, 경계현 DS부문장 주재로 각 사업부장과 주요 임원이 모두 참석한다. 해외 법인장은 일부를 제외하고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참석할 공산이 높다.
회의 주제는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고환율, 공급망 불안정 등 복합위기 돌파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전자는 가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노트북 등 주요 부문의 수요 둔화로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수요가 둔화, 재고가 급격히 쌓였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재고자산은 57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6조원이나 늘었다. 반도체 재고는 26조원에 이르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 60% 급증했다.
DX 부문은 가전과 스마트폰·TV 등 주요 제품의 수요 둔화에 따른 프리미엄 전략과 북미·유럽·중남미 등 주요 시장 공략 방안, 재고 건전화 전략 등을 집중 논의한다. 전사 부문에서는 비용 절감, 수익성 회복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물류비,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말미암은 비용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누적 금융비용은 14조26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나 늘었다. 외환 환산손실과 외환차손 등이 급증하고, 이자 비용 역시 50% 이상 늘었다.
DS부문에서는 3나노 등 첨단 공정 수율 확보 전략과 글로벌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감산 없이 수익을 유지하는 방안 등에 경영진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서버용 DDR5 D램 시장 개화에 따른 시장 선점 전략과 기초 공사를 시작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립 현황 등을 다룬다.
올해 글로벌 전략회의는 이 회장 참석 여부가 주목된다. 회장 취임 첫 해인데다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회의 주재는 한종희·경계현 부문장에 맡기되 회의 후 경영진을 격려하거나 별도 사장단 회의를 소집할 가능성도 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