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또 다시 반정부 시위대의 사형을 집행했다.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도심 한복판에서 진행된 공개 처형에 국제사회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은 12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23)에 대한 공개 처형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지난달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보안군을 공격한 혐의를 받고 ‘모하바레’, 즉 이슬람을 부정하는 죄를 저질렀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체포 23일만에 진행된 라흐나바드의 사형은 이란 동부 도시이자 이슬람 시아파의 성지로 불리는 마슈하드 도심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졌다. 미잔 통신은 보도와 함께 대형 크레인에 매달려 교수형을 당한 그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란 전역에서는 4개월째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하면서 촉발된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확대된 상황이다.
이란 당국은 각종 무력 탄압에도 시위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자, 공개 처형 등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나섰다.
지난 8일 모센 셰카리(23)가 반정부 시위대 가운데 첫 번째로 처형됐다. 이어 나흘만에 라흐나바드까지 사형한 이란 사법부는 총 1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사형된 두 사람이 정당한 절차 없이 모의 재판만 받고 사형됐다고 전했다. 라흐나바드의 어머니는 아들이 죽은 뒤에나 그가 사형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욱이 인권단체에 따르면, 시위 도중에도 최소 488명이 사망했으며, 1만 8200여 명이 구금된 상태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란 당국이 사형을 강행하자 유럽연합(EU)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로이터, AP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 외무장관들은 이란의 인권 탄압과 관련해 개인 20명과 단체 1개에 대해 제재하기로 했다. 제재에는 자산 동결과 EU 국가로의 여행 금지 등이 포함된다.
제재 대상은 강경파 성직자, 고위 관리, 국영 방송사와 직원 등이다. 특히 국영 방송사가 억류자들로부터 ‘강제 자백’을 받았다고 EU는 지적했다.
유럽연합 장관들은 성명을 통해 이란에 "시위대에 대한 사형 선고와 집행을 즉시 중단하고 이미 선고된 사형 선고를 무효화할 것"을 촉구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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