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이란 당국에 붙잡힌 프로축구 선수 아미르 나스르-아자다니가 가까스로 사형을 면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이란 사법부가 나스르-아자다니가 보안군 살해를 공모한 혐의를 인정한다며 징역 26년을 선고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나스르-아자다니는 지난해 11월 중순 이스파한에서 시위 중 민병대원을 포함한 보안군이 사망한 사건과 연루된 혐의를 받아 당국에 체포됐다.
당시 나스르-아자다니는 ‘모하바레’(이슬람을 부정하는 죄)라는 죄명으로 기소됐다. 혐의가 인정될 시 최고형으로 사형이 선고되는 중죄다. 앞서 같은 죄명을 입은 시위자들의 사형이 집행된 바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인권단체와 외신들은 나스르-아자다니가 이란 수사 당국의 강요로 인해 억지 자백을 했다며 당국의 행태를 비판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도 “충격적이고 역겹다. 아자다니에 대한 처벌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스르-아자다니는 사형을 면했으나, 이와 별개로 사법부는 이스파한에서 보안군을 살해한 시위대 3명(살레흐 미라세미, 마지드 카제미, 사이드 야그호비)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고 발표했다.
외신 집계에 따르면 이들 3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사형 선고를 받은 시위 참가자는 총 17명이다. 앞서 이란 사법부는 시위대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이란 당국이 계속해서 사형 집행을 이어가자 국제 사회 비난이 쏟아졌다.
유럽연합(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AS)의 스테파노 산니노 사무총장은 9일 이란 당국에 사형 집행을 즉각 중단하고, 최근에 이뤄진 사형 선고를 무효로 하는 한편 모든 구금자가 적법한 사법 절차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란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럽 각국에서도 항의의 목소리가 나왔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이란 측 대리 대사를 초치해 지난 주말 우리가 목격한 혐오스러운 사형 집행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밝혔다고 AFP,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 외에도 프랑스, 독일, 덴마크 당국이 각각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해 규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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