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다음 성장동력 발굴 시급

올해 무역적자 규모가 5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까지 적자 규모가 474억6400만달러에 이르면서 사상 첫 500억달러 돌파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전쟁으로 말미암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수출 둔화까지 겹치며 14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가 현실이 됐다.

적자는 예견됐지만 규모가 예상한 것보다 더 크다. 산업연구원 426억달러, 한국무역협회 450억달러 예측을 이미 넘어섰다. 무역적자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얼마나 더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칠지 걱정된다. 대한민국을 이끈 원동력인 수출이 꺾이는 상황에서 심화하는 무역적자가 한국경제의 근간마저 흔들지나 않을지 매우 우려된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외부 요인을 무시할 순 없지만 외부 환경에 의존하는 '천수답' 전략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대책 없이 빗물에 의존해서는 한 해 농사를 장담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의 수출은 1년 전보다 27.6% 줄었다. 철강 제품(-37.1%), 자동차 부품(-23.2%), 무선통신기기(-46.6%), 정밀기기(-27.8%) 등의 수출도 감소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미친 결과이지만 이 역시 대처했어야 할 문제다. 코로나, 전쟁, 강대국 간 패권 다툼 등으로 세계 각국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방식, 같은 무기로는 싸움에서 통하지 않는다.

정부는 14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신(新)성장 4.0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농업 중심의 성장 1.0, 제조업 중심의 2.0, IT산업 중심의 3.0에 이은 미래산업 중심의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해 핵심 프로젝트를 발굴·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미래를 이끌 전략들이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