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우리 경제를 압박하는 악재 속에서 그나마 버팀목이 돼 온 수출마저 꺾이고 있다. 지난 11월 수출액은 519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나 급감했다. 이는 전달(-5.7%)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수출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월별 수출 증가율이 최대 45%를 넘는 등 꾸준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수출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가격 상승 여파로 무역수지는 악화일로다. 11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426억달러로 이전 최대를 기록한 1996년의 두 배를 넘었다.
수출 둔화와 무역수지 악화는 제조업 기반 수출 국가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말미암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다. 국제기구들이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 및 무역성장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 복합 위기를 어떻게 견디고 기회로 바꾸느냐에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산업과 에너지 소비, 사회구조 전반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민간 주도 성장전략은 내년에 그 성패가 갈릴 것이다. 우선 과감한 규제혁신과 외국인투자 유인전략을 정비, 민간투자를 끌어내야 한다. 경기침체와 수요 부진에도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은 회복기에 더 큰 성장을 담보할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말로만 하는 선언과 비전보다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 정책 발굴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또 도전적 R&D를 추진하고, 지역과 중소·중견기업 산업 생태계 체질도 확 바꾸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로봇 등 첨단 산업의 고도화와 주력산업의 그린 및 디지털전환도 중요하다. 결국 '산업 대전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최근 한국전력공사의 천문학적 적자와 에너지 수입액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도 대전환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수십년 동안 고착화한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기요금 현실화로 소비자에게 가격 시그널을 명확하게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전기는 펑펑 써도 되고 전기세는 오르면 안 된다'는 인식을 바꿀 수 있다. 전기요금이 원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비싼 전기는 아껴 쓰면 된다. '에너지 인식의 대전환'이 없으면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위기는 반복될 뿐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사회 각 분야에서는 대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확산했다. 산업 활력 저하를 비롯해 고령화와 지방 소멸 위기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해법은 한계가 명확해진 것이다. 문제를 인식했다면 이제 실행 전략을 짜야 한다. 대한민국 대전환 시즌1을 끝내고 시즌2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양종석 산업에너지환경부 데스크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