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력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달 한국 방위산업(방산)에 주목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최근 급증한 해외 수주를 근거로 한국 방산이 내수에서 수출로 체질을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신문 가운데 가장 많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은 이달 13일 한국이 국제사회에 '무기 수출국'으로서의 존재감을 내보인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한국 방산이 유럽으로 수요를 확대하면서 시장 구도를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두 신문은 나란히 자국 방산 경쟁력이 한국보다 뒤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특히 요미우리는 “한국은 우수한 방산이 있어서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무기를) 판매해 왔다”는 미국 국방부 언론 담당자의 발언까지 인용했다. 일본 언론이 이처럼 '부러운 시선'으로 한국 방산을 집중 조명하는 이유는 방산 성장이 국방력 강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무기 수리와 개선, 신무기 개발, 안보 관련 신기술 연구개발(R&D) 등이 전쟁 억제는 물론 국가 수출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준다.
지난달 기준 한국의 무기 수출액은 약 170억달러(약 22조1850억원)다.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70억여달러 대비 갑절 이상 늘었다. 폴란드, 노르웨이 등 총 8개국과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 사례다. 닛케이는 그동안 한국의 역대 정권이 국가전략으로 방산 수출 촉진과 관련 기업의 경영 강화에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군사적 긴장감이 지속되는 분단국가 특성상 방산기업의 경영 안정은 국가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봤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2017~2021년 무기 수출 세계시장에서 8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안보 강화에 나서고 있는 유럽과 수입 무기에서 러시아 비중을 줄이려는 동남아시아 지역 수요를 끌어들이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한국 방산은 한층 높은 순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한국을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은 세계 4위 무기 수출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무기 수출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국가에서 한국산 무기의 높은 신뢰성과 품질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몇 년까지만 해도 무기 수출보다 수입이 많았던 한국이 글로벌 방산 시장의 '거상'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한국이 앞으로도 무기 수출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국산화 확대가 시급하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따라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높은 해외 의존도는 방산기업의 수출 성장세를 가로막을 공산이 크다. 방산업계가 몇 년 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큰 위협을 받은 반도체 산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핵심 무기 기술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를 실현하길 기대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