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방자치단체 기간통신사 등록 허용 방침에 통신사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통신업을 민간사업으로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근간을 흔들고 중복투자로 혈세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국내 주요 기간통신사들이 '지자체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허용 관련 기간통신사업자 공동의견'을 수립, 국회와 정부 설득에 나설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디지털신산업 규제혁신 방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연구를 통해 지자체가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허용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지자체가 자체·내부 목적을 위해 구축한 '자가망'을 이용해 기간통신사업 자격을 바탕으로 공공와이파이 등 비영리목적의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통신사는 이 같은 정책이 전기통신사업법 근간을 해친다며 반발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을 민간사업으로 규정하고, 1991년부터 정부·공공의 기간통신사업을 제한했다. 2004년에는 국가·지자체는 기간통신사업의 결격사유라고 명시해 진입장벽을 강화했다.
통신 민영화의 성과는 부정하기 어렵다. 옛 정보통신부는 통신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을 자제하고 민간 통신사가 경쟁을 통해 혁신인프라와 국민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도와 정책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초석을 닦았다. 이같은 성과에도 통신사는 정부의 지자체 기간통신 허용으로 민영화 근간을 흔들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이 민간산업임을 전제로 자본금 등 기간통신사 등록 요건과 주식소유제한, 이용자보호 의무 조항을 마련해 관리한다. 지자체는 자본금, 주식 등을 규정할 수 없어 법체계에도 맞지 않고, 이용자보호 의무 위반시에는 과징금 등 처벌도 모호해진다. 도로점용료, 전파사용료, 무선국 등록세 등에 있어서도 지자체에 부과할 기준이 없다. 부과하지 않을 경우, 민간과 차별이다. 통신사는 이 같은 차별을 결과적으로 공공이 민간산업을 밀어내게 되는 '구축(Crowding)' 효과를 경계한다.
통신사는 지자체 기간통신사 등록 허용이 궁극적으로 국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자체가 자체 망을 무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새로운 인프라 구축과 관리 조직 구성 등에 장기적이고 큰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20년부터 3년간 1027억원을 투입해 광인프라 4237㎞을 자체 구축해 공공와이파이를 제공하려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지난해 시의회 예산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과도한 예산 소요와 저조한 이용률 등이 문제가 됐다. 다수 지자제가 선거철에 무료 공공와이파이 구축 등을 내세우지만, 국민세금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된 이용실태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규모 자체 망 구축보다는 통신사 기존 망을 이용한 취약계층 핀셋 예산 지원이 훨씬 효과적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지자체의 기간통신 허용은 산업의 근간을 해친다”며 “혈세 낭비도 유발해 국민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지자체가 보유한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지자체 자가망을 비영리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회에 다수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여러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 토론을 통해 정책방향을 도출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