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가상자산 비트코인(BTC)의 거래량과 (단기)변동성이 최근 몇 년 사이 최저로 떨어졌다.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감소하자 BTC 거래량도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가격 변화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글래스노드가 작성한 2022년 온체인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현재 BTC의 단기실현변동성(Short-term realized volatility)은 1주 22%, 2주 28%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10월 이후 최저 변동성(Volatitlity)에 해당한다.
비트코인 채굴업도 침체기에 들어섰다. 비트코인 현물 가격은 2020년 10월과 비교할 때 아직 약 70%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자원(해시파워)은 70% 이상 투입되고 있다. 실제로 12월 들어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는 7.32%가 감소했다. 이는 BTC 수익성이 나빠짐에 따라 많은 채굴업자가 장비 가동을 포기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선물거래량도 FTX 사태 이후 침체를 보이며 다년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선물거래량 합계는 하루 95억~105억달러 범위로 축소됐다. 특히 이더리움이 더 큰 낙폭을 보였다. 이는 이더리움 머지 이벤트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더리움 공개 금리는 시가총액의 4.75%에서 3.10%로 하락했다.
주요 가상자산 30종의 시가총액을 추종하는 '쟁글 가상자산 Top 30' 지수도 404포인트(P)를 기록, 연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는 올해 초 1260P와 비교, 약 69.89%P 하락한 수치다. 한국 프로젝트의 경우 낙폭이 더 컸다. '10대 한국 기반 가상자산 벤치마크 지수'는 263.64P를 기록, 연초 대비 85.27%의 하락 폭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새해 미국 규제 흐름을 좌우할 '리플 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2023년 여름 이전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되는 이 소송은 약식판결 신청에 대한 판사 승인과 판결만이 남아 있다. 리플이 유리하다는 관측도 있지만 리플이 패소할 경우 다수의 알트코인이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는 가상자산 산업이 증권시장에 준하는 규제산업이 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새해 금융당국과 국회 중심으로 그동안의 규제 논의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통해 증권형 토큰은 '자본시장법', 비증권형 토큰은 새로 제정될 '디지털자산 기본법' 규율을 받으며 교통정리가 될 수 있다.
오유리 빗썸경제연구소 정책연구팀장은 “2022년은 가상자산 업계 내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파산으로 업계와 투자자 모두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한 해였다”며 “2023년은 주요국 정부가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 규제의 틀을 마련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단기실현변동성(Short-term realized volatility)
옵션 가격을 토대로 예측하는 내재 변동성과 달리 실제로 측정된 변동성을 뜻한다. 올해 9월부터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변동성 속에서 횡보장을 이어오고 있다. 실현변동성이 낮은 상태로 유지될 경우 두 가지 예측이 가능하다. 약세 시장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보거나, 이후 용수철처럼 변동성이 증폭될 전조로 보는 것이다. 통상 실현변동성이 낮은 상태로 오래 지속되는 사례는 드물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