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저탄소 미래산업으로 대전환해 초국가 어젠다를 선점할 미래인재가 소멸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심화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계의 미래 시장 선점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2022년 3분기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 0.79명을 기록하며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자체 경신했다. 인구 급감을 넘어 미래인재 절벽까지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2023년 대한민국 주요 산업 일자리 현주소를 진단한다.
지난달 출범한 범정부 일자리 TF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경제활동 참여 확대로 지난해 고용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보였으나, 올해는 기저효과,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취업자수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빠진 우리나라 고용지표는 앞으로도 개선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전반적인 인구구조 문제와 함께 미래 유망 신산업을 이끌 인재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2018년 합계출산율이 처음 1명 미만(0.98명)으로 내려오고 나서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저출산 현상이 악화하며 총인구 또한 2020년 5183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5162만명까지 하락했다. 올해 고용률(15~64세)은 작년(68.5%)보다 68.7%로 소폭 상승할 전망이지만 인구감소 영향을 배제하면 실제 고용률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정경훈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은 “빈 일자리 수가 다소 줄고 있지만 20만개 내외로 유지되고 있어 우선적으로 빈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래 인재절벽' 문제는 빈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시급히 풀어야할 사안으로 다가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2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 12대 주력산업 산업기술인력 총 111만5526명 중 부족 인원은 2만8709명으로 전년 대비 2.3%(659명) 증가했다. 부족률 또한 2.5%로 4년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소프트웨어(SW), 바이오·헬스, 화학 산업은 부족률이 3~4%대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산업기술 인력은 고졸 이상 학력자로서 사업체에서 연구개발, 기술직 또는 생산·정보통신 업무 관련 관리자, 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는 인력을 말한다. 우리나라 유망산업을 이끌어갈 고급 두뇌인력인 셈이다. 이들 인력이 만성적으로 부족하면 우리나라의 유망산업도 가속화되는 세계적인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산업부는 2030년에는 산업기술인력 수요가 38만85명으로 2020년보다 13만7538명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력수급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부족률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양질의 젊은 인구인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와 맞물려 파급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2021년 7월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영향과 대응방향'에 따르면 지난해의 3713만명이던 15~64세 사이 생산연령인구는 2067년에는 절반 이하인 1784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는 산업별로 디지털·저탄소 전환 속도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고용 충격이 빠른 시일 내에 집중적으로 올 수 있는 산업에 대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정보기술(IT), 바이오·보건 등에서는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동화나 온라인 대체가 용이한 저숙련 제조업 직종과 유통·금융 등 오프라인·대면서비스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지속 감소할 전망이다.
저탄소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 원전, 기후산업, 순환경제, 기후적응 등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에 내연기관 자동차, 석탄화력발전 분야는 이미 사업축소·전환 목표가 확정된 만큼 빠른 속도로 노동전환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환경규제 수위가 점차 강력해지며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저탄소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 전반에 걸쳐 탄소저감을 위한 원료 및 공정개선 과정에서 중·장기적 노동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업기술인력 부족현상은 우리나라의 허리인 중소·중견기업부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기계·로봇 부품 업체 A사는 최근 기업공개(IPO)까지 단행했고,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직원들에게 배분했다. 하지만 전기와 기계설비를 전공한 이공계 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A사 대표는 “IPO 이후 주식으로 많게는 수천만원 이익까지 배분했지만 대기업에 비해서는 인력 유치가 쉽지 않다”면서 “중소·중견기업이 임금을 대기업만큼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공계 인력은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