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대담] "비대면진료, 미래의료 관점서 열린자세로 논의해야"

올해 비대면진료가 제도화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는 이제 일상과 떼기 어려운 서비스가 됐다. 비대면진료 논의는 단순히 의사와 환자가 영상을 통해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각종 첨단기술을 적용해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 또 의료공백 등 보건·복지 사각지대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도구로도 주목받는다.

이제 막 제도권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비대면진료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정치권과 의료계를 중심으로 한 논의에서 보강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과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가 신년을 맞아 비대면진료를 중심으로 우리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왼쪽)과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가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원격의료와 의료플랫폼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왼쪽)과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가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원격의료와 의료플랫폼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참석자=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사회=김시소 기자

정리=박효주 기자

사회=비대면 진료를 포함해 의료와 첨단기술이 만나는 사례가 현실화되고 있다. 새해 전망과 제도적으로 어떤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겠다. 우선, 새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참여자 혹은 관찰자로서 소회가 궁금하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원장=비대면진료는 대세임에 틀림없고 코로나 사태가 이를 앞당겼다. 코로나를 통해 '비대면 진료가 무엇이다'라는 것에 대해 경험을 했다.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던 부작용은 많지 않았다. 또 (비대면 진료)데이터를 보면 국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도화 과정에서 아쉬운 것은 타임라인이 정해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올해 6월을 기점으로 정부나 의료계가 현실적으로 합의하는 수순인 것 같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많은 의사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비대면 진료를 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서비스 이후 현재까지 약 3400만건 정도 비대면 진료를 했다. 환자 만족도도 높고 의사들의 수용성도 3~4년 전에 비해 많이 높다. 실제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육아맘이나 회사원 등 소비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정말 필요할때 도움을 받았다는 후기를 듣는다. 사명감을 갖고 있다.

◇환자·의사 양쪽 모두 비대면진료 수용성 높아...“미래의료로 접근해야”

사회=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화두다. 비대면 진료가 각 국가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장=OECD에 가입한 38개 국가 중 37개국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 다양한 국가에서 이미 시행 중이며 선행되는 우려나 문제점들이 나타기도 했다. 우리도 이러한 문제를 잘 파악해 사전에 방지하고 발전하는데 활용해야 한다. 참고로 아마존은 B2B 사업인 아마존 케어를 접었고 B2C사업인 아마존 클리닉으로 재출시했다.

과거 3~4년 전만해도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사나 환자들의 우려가 있었다. 소비자 단체들도 비대면 진료에 대해 반대했다. 그러나 실제 비대면진료를 이용해 본 이후 현재 오히려 소비자 단체들이 비대면 진료 도입을 적극 찬성한다. 직접 경험하는 것과 아닌 것이 굉장한 차이다.

최근 한양대 의대 교수님이 직접 연락을 주셨다. 한 환자가 복통이 있어 매실액만 먹고 자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비대면 진료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 환자는 1차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통해 급성 맹장염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대학병원을 찾아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 비대면 진료가 의료 전달 체계를 더욱 공고하고 안전할 수 있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지난 2년 간 비대면 진료가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됐는지 의료인으로서 평가를 한다면? 우리나라는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 논의가 발전했는데 세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상급종합병원 사례가 있는지.

백=주로 관심 갖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 아닐까 싶지만, 이들 국가는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도 많고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병원 접근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우리와는 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라는 대면하지 못하는 조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가 시작됐다고 본다. (아쉽지만) 미래의료라는 의미로 접근한 것이 아니다.

의료 패턴이 많이 변하고 있다. 외래로 관리해야 하는 환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상급종합병원 역시 전체 수익이 외래로 치우친다. 그 다음이 포스트 케어다. 예를 들어 암 수술을 받고 퇴원한 환자들에 대해 별다른 케어를 하지 않았다. 존스 홉킨스의 경우 '호스피탈 앳 홈(Hospital at home)'으로 의사가 방문해 진료를 하거나 중간에 비대면 진료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모니터링한다.

또 다른 예로 페이스메이커(pacemaker·인공 심장박동기)를 삽입한 환자가 긴급한 상황에 데이터를 전달하는데 우리나라에선 해당 기능을 꺼놓는다. 한국에선 아직 불법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를 둔 엄마 사연이 알려지면서 의료기기 규제가 풀어졌는데 이러한 사건이 없다면 당연히 가능한 것도 못하도록 막는 상황이다.

비대면 진료나 원격 모니터링은 미래 의료를 위해 꼭 필요하고 이는 환자 케어를 위한 수준을 훨씬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 기술이 인공지능(AI)으로 발전하면 질병을 감지해 환자가 병원을 찾도록 할 수도 있다.

앞서 장 대표가 말한 상황에서 응급실로 가야하는지를 판단하도록 도울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규제로) 묶여있고 이러한 부분이 준비가 안됐다. 외국의 경우 환자에게 전화로 진료를 하는 식의 비대면진료는 없다. 그러나 다른 의미의 원격 모니터링이 활성화되어 있고 이것이 앞으로 의료 발전의 큰 힘이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회=페이스 메이커 기능을 국내선 꺼놓는다고 하셨는데, 환자 입장에서 중증이고 케어가 필요할 텐데 불편을 넘어 본인 신체에 대한 케어 기회가 박탈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된다. 상급병원에는 중증 환자들이 더욱 많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백=그런 면에서 보통 만성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좀 다른 의미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술 환자가 퇴원 후 외래 진료를 받는다면 현재로선 환자가 스스로 상태에 대해 종이에 적어 온 것을 참고한다. 만약 이걸 정리된 상태의 데이터로 받는다면 의사는 이를 참고해 더욱 나은 진료를 할 수 있게된다.

◇“비대면진료 적용범위 확장해야” “소비자 의견 전달할 창구 필요”

사회=현재 정부가 논의하는 비대면 진료의 적용 대상이 1차 의료기관이나 감염병, 만성질환 이다. 3급 병원으로 케어의 영역은 현재 논의 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백=당연히 논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정부입장에서는 적용 대상을 확대해 전선을 넓히기 보단 일단 어떻게든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진 환자에 대한 1차 의료기관 진료만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된다면 원격의료, 비대면진료의 이점은 모두 없어지고 맛보기만 하는 형태다. 미래 의학을 준비하는 차원이란 의미는 퇴색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앞으로 외국의 의료 환경에서는 진료 데이터, 환자 생체 바이오 시그널 데이터 등을 모으는 추세로 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가 모이면 특정 바이탈 사인이 나올 때 위험을 경고하고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혈압약을 처방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다.

미래 의료는 유전자 데이터, 생체 시그널 등을 디지털화하고 병원이 갖고 있는 EMR 데이터와 맞춰 진단을 내리는 형태로 갈 것이다. 이러한 미래 의료를 준비하기엔 현재 협소한 비대면 진료로는 매우 부족하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병원도 외래 중심, 포스트 케어로 바뀌어 가며 이는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엮이게 된다. 의사들도 미래를 보고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할 때다. 반대만이 능사는 아니란 거다.

사회=닥터나우는 1차 의료기관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코로나 발발 전에는 1차 의료기관도 비대면 진료에 대해 반신반의하거나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현재 논의되는 비대면 진료 정책이 현실과 어떤 접점이 있는지. 아니면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보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장=미래의학이란 관점에선 소비자 의견을 담을 수 있는 창구가 더욱 많이 필요해보인다. 특히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면 가장 큰 혜택과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들 의견을 담을 수 있는 채널이나 창구가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요즘은 오히려 소비자단체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더욱 많은 의견을 낸다. 닥터나우는 1차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증, 초진 환자들이 가장 많다. 실제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1차 의료기관을 통해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보길 기대한다.

사회=최근 일부 소아과에서 입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필수 인프라가 부실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비대면진료가 코로나 감염 확산 기간 동안 상당 부분 사회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안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장=실제로 비대면진료는 육아맘이나 직장인들이 많이 활용한다. 직장인들이 반차를 사용하는 사유 1위가 병원을 가기 위해서다. 이런 불가피한 상황에서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가 국내 비대면 진료 건수 중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렇게 한번 편의성을 경험한 이용자들은 또 다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향후 비대면 진료를 활용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이 88%에 달한다. 비대면 진료를 한 후 의료기관들도 이런 환자들과 거리감을 줄여가는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진료가)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다.

사회=감염병 확산 기간 동안 상급종합병원 역시 희생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런 것은 감안하면 상급종합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중증환자에게 적용하면 사회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백=외국에는 비대면 회진을 진행하는 곳이 있다. 우리 병원도 비대면 회진을 구축하고 있다. 병상에서 화상으로 담당의와 대화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또 중환자실 비대면협진 시스템 'eICU'를 구축, 시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병원 내 8개 중환자실(ICU)과 권역 내 협력병원인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안성병원 중환자실을 묶어 비대면협진 체계를 만들었다. 지방의 경우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24시간 상주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이를 보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앞으로 더욱 확대하려고 한다.

이런 시스템도 모두 비대면 진료다. 현재로선 비대면 진료를 환자와 의사 간 일대일 화상 진료만을 생각하는데 대학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굉장히 다르다. 공공의료나 필수 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비대면진료로 마련할 수 있다. 비대면 진료 툴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전자의무기록(EMR)과 연계도 고려한다. 또 보안에도 더욱 신경을 쓸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비대면진료를 넓은 의미로 봐야한다.

사회=종합해보면 환자든 의료진이든 비대면진료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보인다. 새해 제도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좀 더 세심하게 챙기고 보강해야 할 것으로 보는지.

장=소비자 의견을 담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직접효용과 혜택을 입는 소비자들이 실제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비대면 진료에서 어떠한 면을 보강했으면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비대면진료가 미래의료 영역에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본다. 의협 내부에서도 미래 의료 혁신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러한 혁신을 함께 하는 파트너로서 채널이 생기면 새로운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단순히 비대면진료를 넘어 의료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래 의료라는 큰 틀에서 이제 막 비대면 진료가 시작되는 시기다. 이 부분에서 의협이나 의료진과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

백=의료계가 좀 더 열린 자세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 초진과 재진이다. 초진이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단편적으로 편리성이 높은 진료를 받지 못한다. 재진만 허용할 경우 1차 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지 않으면 해당 기관을 찾는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 비대면 진료를 청진기도 쓰고 초음파도 쓰는 것처럼 하나의 툴(수단)로 봤으면 한다. 원격 진료를 통해 환자를 1년 주기로 검사하면 환자와 의사 모두 만족도가 증가한다. 기계적으로 3개월 단위로 보는 것이 아니고 전화상으로 진료할수 있다는 식으로 전향적으로 봐야한다.

좀 더 관심을 둬야할 부분은 플랫폼의 역할이다. 제도화 된 이후 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많이 이뤄져야 한다. 단 의협이 공공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 민간 업체가 개발한 것을 의협이나 정부 산하 기관이 인증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공공플랫폼은 개발부터 운영까지 한계가 있다. 만약 보안사고라도 터지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

또 비대면 진료가 의미있게 쓰이려면 모든 1차 의료기관이 참여하면 좋은데 그렇게 될거 같진 않다. 일부는 순간순간 질문하고 단발성 이용으로 끝내는 비대면 진료 형태가 있을 거다. 동네 병원이 비대면 진료를 섞어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도 운영이 잘되는 1차 의료기관은 굳이 하지 않으려는 곳들이 많다. 이러한 부분을 제도적으로 조화롭게 풀어가는게 중요할 것으로 본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오른쪽)과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원격의료와 의료플랫폼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오른쪽)과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원격의료와 의료플랫폼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