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2'를 착용하고 게임을 실행하며 받은 첫 느낌은 '이세계 전생'이다. 요즘 웹툰이나 장르 소설 등에 흔히 활용되는 세계관 설정과 같이 전혀 다른 차원의 판타지 세상 속으로 몰입감 있게 빠져드는 경험을 했다.
4K HDR을 지원하는 고해상도 OLED 디스플레이와 110도 시야각은 여타 VR 기기에서 느끼던 시각적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게 했다. 손가락 움직임까지 가상공간 인터페이스에 반영한 전용 컨트롤러는 물건을 집고, 활을 쏘는 가상공간 속 모든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재현했다. 사전 설정한 안전구역을 벗어나면 기기 외부에 장착된 카메라로 바깥 화면이 눈앞에 투영됐다.
플레이스테이션 VR2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의 게이밍 콘솔 플레이스테이션5으로 가상현실(VR)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차세대 VR 기기다. VR2 헤드셋과 한쌍의 VR2 센스 컨트롤러, 스테레오 헤드폰이 세트로 구성됐다.
체험을 진행한 게임은 내달 출시 예정 신작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이다. 절벽을 기어 오르고, 로봇 괴수를 사냥하다 보니 40분이 넘는 플레이 시간이 마치 5분처럼 짧게 느껴졌다.
안경을 쓴 상태로 착용할 수 있는 VR2 헤드셋은 플레이스테이션5와 유선으로 연결된다. 가벼운 무게와 편안한 착용감으로 온몸을 움직이며 격하게 게임을 즐기는 중에도 걸리적거림은 없었다. 눈동자 움직임을 정교하게 인식해 세밀한 조작도 쾌적하게 지원했다. 헤드셋 자체에도 진동 기능을 탑재, 다양한 인게임 상황에서 현실감 넘치는 감각을 제공했다.
VR2 센스 컨트롤러는 기존 플레이스테이션용 컨트롤러의 조이스틱과 버튼이 그대로 적용됐다. 가장 돋보이는 기능은 손으로 쥐었을 때 엄지손가락과 검지 그리고 중지가 닿는 자리에 적용된 핑거 터치 감지다. 게임 속 사물과의 상호작용을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 아닌 실제 주먹을 쥐고 손가락을 펴는 형태로 이뤄지도록 했다. 사다리를 양손으로 잡고 오르거나 사과를 허공에 던졌다가 다시 받는 식의 물리적 동작까지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면 은은한 햅틱 진동으로 질감이 느껴지도록 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2는 2월 22일 정식 출시 예정이다. 헤드셋과 컨트롤러, 스테레오 헤드폰을 포함해 79만8000원이다. 기기에 적용된 높은 스펙을 감안해도 50만원대 플레이스테이션5와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는 비용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관건은 전용 VR 게임 타이틀이다.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을 비롯해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스타워즈: 테일즈 프롬 더 갤럭시 에지 등 20~30여종의 VR 게임 신작이 함께 출시될 예정이다.
소니는 VR2 출시를 통해 예상보다 발전이 더뎠던 차세대 VR 게임 시장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꾀한다. 새로운 VR 인터페이스를 제대로 구현하면서 게임성과 재미까지 두루 갖춘 킬러 타이틀 확보가 요구될 전망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