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을 겪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지속가능한 성장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자회사인 파키스탄 법인 LCPL 지분 75.01%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LCPL은 범용 석유화학제품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롯데케미칼은 PTA 사업이 중장기 비전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매각을 결정했다. 3분기 연속 영업적자가 유력한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고 친환경 소재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이차전지용 동박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내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한다.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각 3.3GW 규모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단지를 건설하고, 달튼 모듈 공장 연간 생산 능력을 1.7GW에서 5.1GW로 확대한다.
LG화학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배터리 소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30억달러를 들여 연산 12만톤 규모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고성능 전기차 120만대 분량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으로 미국 내 최대 규모다. 테네시 공장은 2025년 말부터 양극재를 양산한다.
효성은 탄소섬유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연간 생산 능력을 6500톤에서 2만4000톤으로 확대한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철과 비교할 때 4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에 달해 우주·항공·자동차 산업 등에서 고부가가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SKC는 지난해 회사의 모태가 된 필름 사업을 매각하고, 이차전지용 동박과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장기 수익 창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석유화학 기업들의 사업구조 개편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