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북미 시장 판매 목표를 역대 최대치인 104만대로 제시했다. 현대차가 북미 목표치를 100만대 이상으로 높여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우려에도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와 리스 판매 확대로 위기를 넘겠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최근 주요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2023년 연간 가이던스 자료에서 올해 북미 시장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9.6% 증가한 104만대로 잡았다고 밝혔다. 올해 글로벌 전체 판매 목표인 432만대의 약 4분의 1을 북미에서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020~2022년 3년 동안의 북미 판매량은 각각 81만2000대, 82만5000대, 94만9000대다.
지난해 현대차는 북미 판매 목표를 99만대로 설정했지만 실제 판매는 목표치에 약 4만대 못 미쳤다. 반도체 수급난 등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는 부품난 해소 국면을 맞아 전년보다 약 5만대 높인 104만대로 목표치를 상향했다. 사상 첫 100만대 도전이다. 2021년 기준 북미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를 달성한 완성차 브랜드는 토요타, 포드, 쉐보레, 혼다 등 4개에 불과하다.
올해 현대차는 북미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권역의 판매 목표를 일제히 상향했다. 권역별 목표치는 내수가 전년 대비 13.4% 증가한 78만1000대, 중국이 20.5% 늘어난 30만6000대, 인도가 7.2% 상향한 59만5000대, 유럽이 4.0% 증가한 59만3000대 등이다.
현대차가 북미 시장 악재로 평가되는 IRA에도 공격적 목표를 설정한 것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 전기차 등 고수익 차종이 현지에서 견조한 판매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 판매량은 지난해 12만4000대(15.0%) 증가했다.
세제 혜택에서 제외되더라도 실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밑바탕이 됐다. IRA 시행에도 현대차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현지에서 안정적인 선주문과 판매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자체적으로 기존 구매 고객의 소득 수준을 파악한 결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소비자 비율이 경쟁 차종 대비 가장 높다는 점도 IRA 우려를 불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IRA는 전기차 구매자의 개인 소득이 연간 15만달러(약 1억9000만원) 이하인 경우만 세액을 공제해준다.
현대차는 본격적으로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2024년 전까지 판매와 손익에 큰 영향이 없도록 단기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먼저 리스 판매 비중을 확대한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리스 차량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현재 5% 미만의 리스 비중을 30% 이상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면서 “구독 서비스 등 판매 채널 다변화를 통해 전기차 판매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인증 중고차 사업을 확대, 2~3년 후 발생할 수 있는 시세 하락 리스크에 선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