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모든 일에는 부침(浮沈)이 있다.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

리튬이차전지 산업은 오랫동안 성장과 침체를 거쳐 현재 위치에 왔다. 규모로 중국에는 밀리지만 기술과 대형 전지 양산에서는 세계 패자가 됐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또다시 침체기에 빠질 함정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간곡한 마음으로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리튬이차전지의 공격적 외국 투자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낮은 이자 대출, 보조금 혜택 등으로 현지에 공장 짓기를 권고한다. 실제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점유율 성장을 긍정적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단일 생산 공정의 원통형 배터리 채택과 생산 설비 감가로 테슬라의 전격적인 가격 인하에서 드러났듯 시장 선점을 위한 공격적인 공세가 시작됐다. 값싼 인산철계 양극재를 채택하는 중국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지만 보조금 지급 없이 저가 전기차 시장을 침투하고 있다. 또 고도화 및 자동화 배터리 생산 기술 평준화로 미국 리튬이차전지 생산 능력의 비약적 향상도 예상된다. 이는 중국 리튬이차전지 재료 독점화 결과를 낳은 뼈아픈 현실 상황을 상기시킨다. 확산 법칙처럼 모든 공학 기술은 항상 퍼져 가고 평준화되고 있는데 그 속도를 늦춰야 한다.

두 번째 리튬이차전지의 재활용 또는 재사용이다. 리튬이차전지가 보급되고 10년 정도가 되면 배터리 수명이 다한 방전(EOL) 배터리가 쏟아질 것이다.

이 경우 재활용(유가 금속 등의 회수)이나 재사용(선별하여 그대로 활용)이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된다.

재활용으로는 산처리 공정이나 고에너지 공정 등으로 필요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얻어야 하는데 기존 광물을 통해 얻어지는 것보다 순도 제어나 가격 경쟁력 확보가 까다로울 수 있다. 재활용 유가금속 등을 직접적으로 양극 전구체 제조에 투입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중국에서 양극 전구체를 거의 전량 수입하고 있다. 시급한 국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재사용 측면으로 사용 가능한 수명이 충분하고 안전성이 보장될 수 있는 선별 분리 기술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순차적인 분리 선별 기술을 적용해야 하며, 고도화된 전기화학적 평가로 우선적 선별 및 고안전 분야 적용을 위한 고도의 전수 검사 등에 대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재사용을 염두에 둔, 실제 사용되는 전지의 실측 데이터에서 상태 측정 기술 등도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이차전지 적용이 있다. ESS 화재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재 ESS 보급과 관리 변화가 필요하다. 에너지당 가격 및 접근성이 가장 유리한 리튬이차전지의 ESS 적용은 불가피하지만 자동차용과는 달리 온도 조절이 어렵고 다양한 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ESS용 배터리는 그에 맞는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건물 내 설치하는 경우는 기존 소화 시설과는 완전히 격리된 시설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ESS의 소비자 운용 상태를 관리 감독할 객관적 주체가 있어야 과도한 사용 방지와 유사시 외부 시스템에 의한 운용 제한 등이 가능할 것이다. 체계적인 접근으로 ESS 시장 활성화가 있어야 향후 크게 성장 가능한 ESS 시장을 선점, 우리나라의 기술 우월성을 유지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 다다른 리튬이차전지 형국에서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 기업의 노력은 치하할 만하다. 다만 중국 추격이 맹렬한 때 정부는 다양한 규제 개선과 지원 제도를 체계화하고 각자 역할을 명확히 나누어서 수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복 지원이 아니라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추도록 인력양성 시스템을 확보한다면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와 같이 꾸준한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 yoonshun@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