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이동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를 상대로 2년째 망 이용 대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서 시작한 망 이용 대가 법정 분쟁이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도이치텔레콤은 메타 자회사인 에지네트워크서비스(ENS)를 상대로 독일 본 지방법원에서 망 이용 대가에 해당하는 '인터넷 중계접속료' 관련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도이치텔레콤은 ENS를 상대로 1200만유로(약 160억원)를 지불할 것을 요청했다. ENS는 메타의 네트워크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운영·배치를 전담하는 자회사다.
메타는 2021년 이전까지 자사의 데이터를 통신사와 트랜짓(중계접속)하는 ENS를 통해 도이치텔레콤에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해 왔다. 그러나 2021년 3월 데이터트래픽 폭증 등을 이유로 기존 망 이용 대가의 40% 할인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불을 거부했다. 이후 도이치텔레콤은 망 이용 대가를 받지 못하면서도 유럽연합(EU) 망 중립성 규정에 따라 접속을 차단하지 않은 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후 도이치텔레콤은 망 이용 대가를 제대로 정산해 달라며 같은 해 7월 소송을 제기했다. 도이치텔레콤이 청구한 1200만유로는 2021년 3~7월 약 4개월분의 인터넷 접속료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추정된다.
독일 본 지방법원은 소송을 접수한 후 고심을 거듭하며 1년 6개월 이상 일정을 지연시켰지만 최근 갑자기 사건 이관을 결정하면서 MWC 2023을 앞두고 세계 통신 시장 이슈가 됐다. 본 지방법원은 지난 1월 첫 변론기일을 잡았다가 취소하고 사건을 경쟁법 이슈를 다루는 쾰른 전문법원으로 이관했다. 단순 망 이용계약 문제 차원을 넘어 메타와 도이치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을 좀 더 면밀하게 살피며 심리를 본격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됐다.
독일 망 이용 대가 소송은 망 이용 대가를 둘러싼 통신사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갈등이 세계적인 분쟁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한국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2020년부터 세부 연결 유형은 다르지만 유사한 이슈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독일과 한국 소송전에서 통신사는 CP 및 소비자 양측으로부터 비용을 충당해야 통신망 유지가 가능하다는 '양면시장' 원리, 통신사와 CP 간 물리적 망 연결에 대해 확실한 계약이 필요하다는 논리 등 쟁점이 충돌하고 있다.
통신 전문가는 “한국과 독일의 소송 결과는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망 운용 및 비용조달 질서 구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치텔레콤과 메타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연설하는 MWC 2023 둘째날 '네트워크 투자, 디지털 혁명을 실현하다' 세션에 함께 참여한다. 망 이용 대가 논리 대결을 펼칠지 주목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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