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KAI)를 둘러싼 민영화 추진설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민영화에 적극적인 정부 태도를 근거로 KAI 민영화가 추진될 것이라는 추측설이다. 최근에는 한화, LIG넥스원 등이 KAI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이는 단골 가십이다. 지난해에도 유사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KAI 지분 매각을 진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협상에도 KAI는 일절 논의된 바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당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통인수하는 조건으로 KAI 우선 인수를 단서로 달았다는 소문이 제기되자 선을 그은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KAI 최대주주다.
한화와 LIG넥스원 측도 낭설에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미 수조원을 투자한 대우조선 인수도 다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인데 또다시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해서 KAI 인수를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내부적으로 KAI 인수를 검토했을 수는 있겠지만 실제 민영화가 된다 해도 인수에 참여하는 것은 별개”라고 말했다.
KAI 내부에서도 혼란이 감지된다. KAI 내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민영화설에 동요하고 있다”면서 “KAI 인수전이 한화와 LIG넥스원 간 2파전으로 압축됐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어느 곳에 매각될지 내부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AI 민영화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많은 국민 세금이 항공 기술 개발 및 제작 등에 투입된 만큼 투자자금을 충분히 회수해야 한다. 또 국방력과 직결되는 항공방위산업을 경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일부 대기업이 독과점 형태로 유지돼 왔기 때문에 KAI 인수의 실익이 예상되는 기업은 극소수”라면서 “하지만 경제성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기업이 KAI를 인수할 경우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전투기 개발 등에 적극 나설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이 전투기 개발 투자 규모 등을 축소할 경우 방위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항공우주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글로벌 방산 기업들이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에선 4.5세대 전투기 개발이 한창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KAI 민영화가 항공·방위산업과 국방에 얼마나 유리할지 철저히 따져보고 검증하는 절차는 필수다. KAI를 민간기업에 넘긴다 해도 역량 제고 보장이 없다. 민영화가 만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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