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업계 판도변화가 주목된다. 전통의 DDI 강자인 매그나칩 지난해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생산 차질과 전방 산업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매그나칩이 주춤하는 사이 원익디투아이와 LX세미콘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은 지난해 DDI 사업에서 매출 7140만달러(약 920억원)를 기록했다. 2021년 매출 2억520만달러(약 2666억원) 대비 65.2%가 감소한 수치다. 매그나칩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 분기 매출 감소를 겪었다. 특히 3분기에는 감소폭이 컸다. 4분기 매출이 다시 반등하긴 했지만 전년도 4분기나 지난해 1분기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매그나칩은 지난해 DDI 생산에 차질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매그나칩은 글로벌파운드리스(GF)를 통해 DDI를 만들어왔는데, 공급이 원활치 못했다.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는 최근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에는 한 곳에서 위탁생산했던 체계에서 탈피, 파운드리 업체 두 곳을 추가 확보했다”면서 “안정적 생산 능력 확보로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 DDI 주문 축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매그나칩은 올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해외 주요 패널 고객사를 확보하고 1분기에 OLED DDI 칩을 납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내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OLED DDI를 새롭게 개발해 하반기 생산할 예정이다. 차량용 OLED DDI 공급도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 능력 확대,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다시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그나칩 핵심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 공급을 놓고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돼 주목된다. 원익디투아이와 LX세미콘이 삼성디스플레이 공급망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원익디투아이는 원익그룹이 인수한 DDI 업체, LX세미콘은 LG에서 계열 분리된 LX그룹 내 DDI 회사다. 양사 모두 삼성디스플레이와 접점이 없었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반도체 쇼티지와 시황 변화를 겪으면서 공급망 강화를 위해 원익과 LX로 협력 관계를 확장했다. 원익디투아이는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할 DDI를 만들어 내년 완제품 탑재를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X세미콘도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내년 상용화가 예상된다.
DDI는 패널과 한 몸처럼 연동하기 때문에 어느 디스플레이 업체의 패널에 탑재되느냐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체다. DDI 회사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최대 고객이자 시장인 셈인 데, 삼성디스플레이 내 경쟁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판도 변화까지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그나칩과 원익의 직접적인 경쟁이 주목된다”면서 “삼성디스플레이 내 LX의 비중도 어디까지 늘어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