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글로벌 통신사업자들과 '텔코 얼라이언스'를 구축한다. 올해 중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서비스인 에이닷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구체화한다. 글로벌 통신사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 각국 언어와 문화가 반영된 특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SKT와 손잡을 후보군으로는 도이치텔레콤, NTT도코모, 티모바일 등이 거론된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26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미라마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통신사 연합체를 만들고, AI 테크 기업과 협업해 글로벌 AI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챗GPT 등장 이후 에이닷과 같은 AI 서비스를 국내에서만 제공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이 현재 국내에서 제공하고 있는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을 '글로컬'(글로벌+로컬) 서비스로 진화시킨다는 방침이다. 먼저 글로벌 통신사가 모두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을 공동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후 각국 통신사가 개별 언어와 문화를 언어모델에 결합해서 각 지역에 적합한 모델로 개선한다.
이 같은 AI모델을 각 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에 결합,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유 사장은 “응용프로그래밍개발환경(API)과 같이 적용해 한국에서 인기 있는 서비스를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활용할 수 있고, 독일에서 선호하는 서비스를 한국 이용자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통신사 연합체를 구축해 거대 AI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SK텔레콤의 속내에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공정한 망 이용방식이나 이용자 접점 등을 놓고 통신사와 빅테크 기업이 힘을 겨루고 있는 가운데 시장을 선도하고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유 대표는 “AI서비스 시대에는 통신사가 기존 빅테크에 밀리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에이닷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원스토어와 웨이브 같은 서비스는 국내에서는 잘했지만 글로벌 규모로 성장하기 어려워서 생존에 곤란한 점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AI서비스는 글로벌 통신사 연합체를 통해 세계적인 규모의 서비스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MWC23에서 SK텔레콤이 구축하는 통신 연합체 전선에 누가 함께 참전할지 윤곽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다양한 글로벌 통신사가 거론되는 가운데 유럽의 도이치텔레콤과 일본의 NTT도코모, 미국의 티모바일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SK텔레콤은 이들 통신사와 이미 5세대(5G) 이동통신 및 6G 준비, 이프랜드와 같은 메타버스 등 네트워크 기술 및 서비스를 망라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스페인)=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