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대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와 '쏘렌토'가 올여름 신형 모델로 나온다. 신형은 전동화 흐름에 따라 과감히 디젤을 제외하고 가솔린과 하이브리드(HEV) 파워트레인을 전면에 내세운다.
6일 현대차그룹이 부품 협력사와 공유한 신차 양산 일정에 따르면 현대차는 싼타페 5세대 완전변경 모델(프로젝트명 MX5)을 정기 여름휴가 직후인 8월 중순부터 울산공장에 생산한다. 싼타페 연간 생산 목표는 14만대 수준으로 잡았다. 기아는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MQ4 PE)을 싼타페보다 빠른 7월 말부터 광명공장에서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쏘렌토 연간 생산 목표는 16만대에 달한다.
두 차종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등을 공유하는 '형제 모델'이다. 내연기관과 전동화 모델 생산 비중은 6대 4 정도다. 내수 판매는 본격 양산 이후인 8월 전후가 유력하다. 수출은 쏘렌토 9월부터, 싼타페 11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신형 싼타페와 쏘렌토는 디젤을 빼고 대신 가솔린 2종과 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동화 2종 등 총 4종으로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구성한다. 내수용 모델은 1.6ℓ 터보 HEV, 2.5ℓ 가솔린 터보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2.5ℓ 가솔린(자연흡기)과 1.6ℓ PHEV는 유럽과 북미 수출용이다.
신형 모델 라인업에서 디젤을 제외하는 것은 갈수록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 대응에 따른 개발 부담과 소비자 선호도 하락 등 전동화 전환 추세에 발맞춘 효율화 조치로 해석된다. 싼타페와 쏘렌토 주력 시장인 유럽과 북미는 배출가스로 세금을 책정하는 등 해마다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디젤차 선호도가 크게 하락했다. 싼타페와 쏘렌토 판매 비중을 보면 2018년 90%에 육박했던 디젤 모델은 2020년 50%대까지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10%대에 머물렀다.
지난해부터 디젤 가격이 가솔린 가격을 역전한 데다 효율성을 크게 높인 HEV 시스템의 등장으로 전동화 모델을 선택하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완화 기조에 대다수 차종의 출고 기간이 정상화됐으나, HEV 모델은 꾸준히 계약이 몰리며 대기 기간이 줄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3월 납기 일정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싼타페 디젤 모델은 계약부터 출고까지 2개월이 소요되나, HEV 모델은 1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쏘렌토 HEV 모델은 16개월로 국내 신차 중 출고 대기 기간이 가장 길다.
자동차부품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 입장에서 환경 규제를 충족하려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계속 개발해 추가해야 하고, 이는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생산 효율성 면에서도 가솔린과 전동화 모델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것도 디젤 모델의 단종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