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다 러브레이스, 도로시 본, 그레이스 호퍼.
이들의 공통점은 정보기술(IT) 분야에 한 획을 그은 여성이라는 점이다. 러브레이스는 19세기 '알고리즘'을 고안하며 '세계 최초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칭호를 받았다. 본은 2017년 개봉한 '히든피겨스'의 실존인물로 1960년대 NASA에 처음 IBM 컴퓨터가 도입되자 직접 프로그래밍을 배워 주변에 프로그래머가 되기를 장려했다. 호퍼는 미국 해군 제독으로 프로그램 오류를 의미하는 '버그'를 고안했다.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찾던 중 컴퓨터 사이 끼어있는 죽은 나방을 발견했고 여기서 버그 개념을 착안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은 다양한 분야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해 기념하는 날이다. 세 명의 여성 개발자가 활동했던 시기 IT 분야 여성 입지는 약했다. 최근 IT 분야 여성 영향력은 강해졌다. 국내도 여성 개발자와 임원 비율이 높아졌다. 이 분위기를 지속하기 위해 정부나 협단체, 기업 지원이 필수다.
◇여성 개발자 비율 30%까지 상승…여성 파워 UP
2016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소프트웨어(SW) 직종 여성 비중은 12.5%였다. 미국(22.9%), 영국(19.1%) 등 비교국에 비해 낮았다. '2021년 SW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SW 인력(43만9900여명) 가운데 여성 인력은 9만9300여명으로 22.6%를 차지하는 등 5년새 여성 개발자 비율이 상당히 증가했다.
실제 국내 주요 IT 기업 여성 개발자 비율도 20%를 상회한다.
삼성SDS, LG CNS, SK㈜ C&C, 포스코ICT, 현대오토에버 등 IT서비스 기업은 각각 23.9%, 25%, 25%, 21.5%, 22.6%를 기록했다. 네이버(19.3%), 카카오(20.7%), NHN(22%) 등 인터넷 기업도 20%를 넘었다.
패키지SW 기업의 경우 여성 비율이 더 높았다.
와이즈넛은 코로나 이전인 2018년 여성 개발자 비율이 21%였다. 지난해 35%를 기록하는 등 최근 5년 새 여성 개발자 비율이 14%P(포인트) 증가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코로나 이전(2019년)에는 여성 개발자 비율이 26%였다 올해 33%를 기록했다. 더존비즈온도 여성 개발자 비율이 30.4%를 기록하는 등 국내 주요 패키지SW 업계 여성 개발자 비율은 30%를 웃돌았다.
여성 리더도 증가 추세다. 기업내 핵심 요직을 여성 인재가 맡는 분위기다.
삼성SDS는 여성 임원 비율이 14.4%로 이 가운데 이은주 부사장, 김은영 부사장은 회사가 최근 주력하는 클라우드 사업을 이끌고 있다. LG CNS는 김경아 상무(교육)를 비롯해 김혜정 상무(ERP), 황윤희 상무(데이터), 이영미 상무(클라우드), 윤미정 상무(데이터), 김영란 상무(SaaS) 등 사업 분야별로 여성 임원이 활약 중이다.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를 비롯해 채선주 대외/ESG정책대표, 이윤숙 포레스트 CIC 대표 등 여성 임원이 요직을 맡고 있다. 카카오도 여성 임원 비율이 28.6%로 글로벌 IT 기업과 견주어도 낮지 않은 수준이다. 팀장급 이상 고위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은 31%(2021년)로 2020년(22.4%)에 비해 9% 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진출한 글로벌 IT 기업 지사장을 여성이 맡는 사례도 늘었다. 이지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와 신은영 SAP코리아 대표, 박혜경 유아이패스코리아 대표 등 주요 글로벌 IT 기업 한국 지사를 여성 인재가 이끈다.
◇여성 인재 위한 '성장사다리' 必…정부 지원 지속돼야
전문가는 IT 여성 인력이 핵심 인재 혹은 리더급으로 성장하기 위한 '성장사다리'가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주요 IT 기업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국내는 LG CNS가 적극적이다. LG CNS는 2017년부터 매년 'CNS 여성 리더십 포럼'을 개최한다. 여성 리더의 커리어 개발과 리더십 향상,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을 목적으로 포럼을 시작했다. 지난해 포럼에는 팀장급 이상 여성 리더 약 70명이 참석한 가운데 LG 계열사 여성임원의 리더십 특강, LG CNS 여성 임원의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여성 리더 대상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도 진행한다. CEO와 여성 리더가 한 자리에 모여 회사의 변화 방향에 따른 리더십 발휘 방안을 논의하고 CEO 질의응답을 통해 격의없이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IBM은 비즈니스리소스그룹(BRG)을 운영해 멘토링이나 스폰서십을 제공받는 등 여성 관련 이슈에 서로 연대하도록 지원한다. 글로벌 여성위원회를 운영하며 여성인재 양성과 양성평등 문화 형성을 이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89년부터 직원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고 커뮤니티 지원을 위해 '임플로이 리소스 그룹(ERG)'을 운영했다. 9개의 ERG 가운데 '위민 앳 마이크로소프트'를 운영, 여성 직원의 네트워킹 등을 지원한다.
세일즈포스는 모든 여성 직원에게 리더십 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위민스 리더십 랩'과 사내 시니어와 진행하는 '위민즈 서지 멘토링 프로그램', 주니어에 영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걸스 인 테크'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박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장은 “과거에 비해 여성 개발자나 임원 비율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IT 여성 인재 수는 전체적으로 적다”면서 “여성 상당수가 비 IT 전공자로서 이들을 교육해 IT 인력으로 재창출하는 등 여성 IT 인력 양적 성장을 도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IT 여성 개발자나 취업준비생 등을 만나보면 롤모델을 찾기 어렵다고 호소한다”면서 “정부나 협회 등에서 IT 여성 리더와 네트워킹 기회나 IT 여성 CEO 양성과정 등을 개설해 지속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권혜미기자 hyeming@etnews.com,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