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슈퍼 주총시즌이 개막한다. 주요 기업은 올해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침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과 의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장기적인 신사업발굴과 챗GPT 열풍에 따른 인공지능(AI) 등 떠오르는 분야의 전문가를 적극 영입해 미래를 대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신사업 발굴 주력 '전자·모빌리티'
전자업계 주총에서는 복합위기에 따른 수요부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과 미래 신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준비가 이뤄진다. LG전자는 주총에서 기간통신사업과 화장품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5G 기술을 활용해 특정 기업·장소에 연결성을 제공하는 무선 사설망 사업을 위해서다. 화장품판매업은 LG전자의 뷰티기기·의료기기와 화장품 판매를 연계해 고객의 편리한 구매와 제품 활용 가치를 높이는 차원이다.
LG전자는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을 맡은 서승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새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전장 사업에 힘을 싣는 행보다.
2013년엔 LG전자 미래기술포럼 기술자문과 서울대 LG전자 스마트카공동연구센터 운영책임교수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서 교수는 LG전자의 전장 사업 강화와 기술자문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당초 관전 포인트로 꼽혔던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하지 않았다. 책임 경영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사법 리스크 등을 고려해 등기임원 복귀 시점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22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으로 대표이사가 주주들에게 사과했던 지난해 주총과 달리 올해는 논란이 될만한 이슈는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반도체 수요부진에 따른 회사 대응 방안과 극복 전략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증 중고차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관 내 사업 목적에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을 추가한다. 인증 중고차 사업 준비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을 계획했다가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 권고로 올해 5월로 진출 시기를 미뤘다. 최근 중고차 시장 침체로 중고차 사업 개시 시점을 올 하반기로 재차 연기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현재 중고차를 적치할 부지 확보와 인증 중고차 사업에 필요한 전산 작업과 시스템 구축 등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고차 사업은 5년·10만㎞ 이내 자사 차량을 대상으로 정밀한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친 신차급 중고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주총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할 방안도 도입한다. 먼저 투자자가 배당액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개선한다.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50% 올린 6000원으로 책정하는 안건도 승인받을 예정이다. 이사회 다양성과 전문성 강화 방안도 시행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사회 정원을 11명에서 13명으로 늘리고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1명씩 추가 선임한다. 사내이사는 5명에서 6명, 사외이사는 6명에서 7명으로 늘어난다.
◇안정적 사업 유지 '소부장', 리스크 최소화 '중후장대'
소재·부품·장비 업계는 공격적인 신사업 확대보다는 안정적인 사업 유지에 무게추를 뒀다. 여성 사외이사 확대도 주요 화두 중 하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메모리 시장 침체로 수익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주가치 개선을 위한 전략을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SK하이닉스는 회사채 발행에 2조원 규모 뭉칫돈을 확보하면서 사업 악화에 적극 대응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김정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한다.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삼성SDI는 주주총회에서 전영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전 부회장은 최윤호 대표이사와 함께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내고, 미국 스텔란티스·GM 합작으로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는 등 '투톱' 체제를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또 여성인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삼성전기는 최종구 이사장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함께 여윤경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을 다룬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박진규 전 산업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자립화 움직임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여성인 박상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선임 시 여성 사외이사는 2명으로 늘어난다.
중후장대 산업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교현 부회장, 황진구 기초소재 사업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또 강종원 재무혁신본부장(CFO)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CFO가 롯데케미칼 이사회에 진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대규모 투자 발표 이후 재무안정성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분석된다.
LG화학은 주총에서 천경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안을 상정한다.
한화솔루션은 큐셀부문(한화큐셀) 이구영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이 대표는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2000억원을 투자해 '솔라 허브' 구축을 추진하는 등 태양광 사업을 이끌고 있다. OCI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예정됐다. 사측은 존속법인인 지주사 OCI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화학회사 OCI로 분리하는 인적분할안을 상정했다. 사측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계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무 대리인을 선임했다.
◇AI 전문가 영입 활발 '통신', 비용 통제 나선 '플랫폼'
통신업계에선 AI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문가 영입을 적극 추진한다. SK텔레콤은 김용학 연세대 명예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과 함께 KAIST 김준모 부교수, 오혜연 교수 등 AI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김 교수는 SK텔레콤이 추진하는 AI·DT 사업에 대한 자문, 의견을 개진한다.
LG유플러스는 여명희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사내이사 신규 선임건을 주요 안건으로 처리한다. 최종 선임될 경우 LG유플러스의 최초 여성 사내이사가 된다. LG유플러스는 ESG 전문가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단일 이슈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KT 주총이다. KT는 윤경림 최고경영자(CEO) 후보자에 대한 대표이사 선임건을 주총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총에서 표 대결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통신 3사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추진을 위한 사업 목적 추가에 대해 의결한다. 최근 통신 3사가 전국민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합작 신용평가사(CB)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비금융정보를 통한 신용평가 서비스를 통해 빅데이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취지다. 통신사 주도 신용평가 모형이 상용화하면 그동안 채무, 신용정보 등 정량적으로만 평가되던 신용평가 기준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플랫폼 업계는 주총을 앞두고 비용 통제에 나선다. 양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서 재정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네이버는 이사 보수 한도를 1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이고, 카카오는 12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축소한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에도 수익성이 악화된 것에 따른 조치다.
이 외 네이버는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은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도 의결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사회 의장을 맡은 김성수 사내이사가 이달 임기 만료를 끝으로 카카오 이사회에서 물러난다. 또 지난해 물러난 남궁훈 대표 자리도 비어 있다. 이에 카카오는 그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해 온 배재현 투자총괄대표(CIO) 사내이사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