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발명진흥회장 "특허가 존중받는 지식재산 생태계를 만들겠다"

황철주 발명진흥회장 "특허가 존중받는 지식재산 생태계를 만들겠다"

우리나라 '발명'의 가치를 높이고자 국내 최초 설립된 지식재산전문기관인 한국발명진흥회는 50년 전인 1973년 설립됐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이는 산업 경쟁력 강화의 밑바탕이 됐다. 세계 수출 순위 6위 수준에 오를 만큼 빠른 성장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12월 제20대 한국발명진흥회장에 선임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이를 두고 “50년 전에는 국가 지식수준이 매우 낮은 상황이어서 성장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면서 “이만큼 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식재산'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세계 면적의 0.07%밖에 되지 않는 영토 크기에 인구는 0.7%에 못 미치는 나라가 한국이다.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급성장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산업 기술 덕분이라고 황 회장은 말했다. 그는 “산업 기술력을 확보하는 과정이 바로 발명이고 혁신”이라고 말했다.

황철주 회장은 스스로가 발명과 혁신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한 장본인이라고 소개했다. 1993년 외산에 의존했던 반도체 장비를 독자 개발하면서 시작한 주성엔지니어링을 오늘날 내로라하는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과정은 그야말로 치열한 전쟁이었다.

황 회장은 “경쟁사보다 앞서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권리화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주성엔지니어링은 없었을 것”이라며 “끊임없이 발명하고 독자적인 기술을 지켰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참신한 아이디어를 체계화하고 배타적 권리로 만든 것이 특허다. 황 회장은 특허의 중요성을 주성엔지니어링 영업이익 사례를 들어 강조했다. 지난해 주성엔지니어링 영업이익은 1238억8400만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인 영업이익률 28.3%를 달성했다. 제조업에서 3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은 매우 이례적이다.

황 회장은 이를 두고 “경쟁을 배제 시킨 성과”라고 설명했다. 혁신 기술은 제품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기본 요소다. 더 싸게 팔 수 있는 데다 시장을 선점한 결과, 높은 영업이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혁신 기술이 경쟁사에 넘어간다면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황 회장은 “혁신 기술을 보호하고 경쟁을 배제시키는 것이 특허”라며 “특허가 존중받는 사회가 기업뿐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이 특허 가치를 극대화하며 성장하는데 발명진흥회 역할도 컸다고 밝혔다. 혁신이 모방당하지 않는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발명진흥회 도움과 지원 덕에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그가 이제 발명진흥회장을 맡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은 황 회장과 만나 발명진흥회장으로서 포부를 듣고 지식재산 생태계 조성이 우리나라에 왜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눴다.

-주성엔지니어링도 발명진흥회 지원 덕을 많이 봤다고 했다. 우리나라 지식재산 생태계 속에서 발명진흥회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우리나라가 세계 상위 지식재산 5개국(IP5) 중 하나로 위용을 떨치고 있지만 생태계 실체를 인식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식재산 생태계라는 건 기업의 탄생과 성장, 변화 등 전(全) 생애주기에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이 함께하는 환경적 변화를 통칭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발명진흥회는 특허청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식재산 핵심 인재가 주축이 되는 지식재산 기반 기업을 육성한다. 그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을 활용하고 촉진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에 지식재산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발명진흥회 목표다.

'인재양성→기업육성→기업성장→문화확산'으로 이어지는 지속성장 가능한 지식재산 혁신 생태계 조성에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한 다양한 지식재산 정책 지원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최근 발명진흥회에서 도움을 준 인상 깊은 발명 사례가 있나.

▲지난 2월 발생한 대규모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피해가 막심했다. 지금도 이재민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 첨단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천재지변은 인간의 힘으로 막기 어렵다. 그래서 자연재해 사전 예방과 사후 구제 관련 발명이 각광받는다.

작년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한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에서 특허청장상을 수상한 골든아워가 그러한 발명 사례다. 에어백 원리를 적용한 복합재난구조용품인 에어캡슐을 개발했는데 이를 이용하면 최소 인력 1인으로 응급 환자를 골든타임 안에 어디로든 이송 가능하다고 한다. 이 회사는 발명진흥회가 수행하는 지원사업 'IP 나래 프로그램' 수혜기업이다. 지식재산 기술과 경영 컨설팅을 토대로 특허 출원과 사업화 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얼마 전 방한한 다렌 탕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사무총장 주재 간담회에도 대표 혁신 중소기업으로 초청돼 자리를 빛냈다.

-발명을 장려하고 있지만 국민 관심에는 한계가 있다. 아직 발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해결 방법이 있다고 보는가.

▲일반 국민에게 발명과 관련된 용어와 개념이 생소하다. 발명과 출원을 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용어나 개념은 전문적이고 기술과 연계된 것이 많다. 이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알맞은 용어와 개념을 쉽게 이해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발명진흥회에서는 발명 관련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국가지식재산 교육포털'을 통해 청소년부터 일반인까지 발명 용어 이해를 돕는 온라인 강의를 제공한다. 'IP 캠퍼스'를 통해 현장감 있는 오프라인 교육도 진행한다.

두 번째로 발명품 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 자금이 투입되면서 국민이 진입 장벽이 높다고 느낄 수 있다. 발명진흥회는 진입 장벽 해소를 위해 'IP 디딤돌'이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비창업자 아이디어를 혁신 창업 아이템으로 도출해 실제 사업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 아이디어가 전문 컨설턴트 지원을 받아 선행기술조사-특허 출원 및 등록-아이디어 제품 단계를 거쳐 어렵지 않게 창업을 진행할 수 있다.

결국 '발명'이라는 진입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발명진흥회가 교육과 컨설팅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이유다. 발명진흥회 비전이 '지식재산 넘버1 파트너'인데 이에 걸맞게 국민의 지식재산 전담 조력가가 돼 발명 문화 정착에 노력하겠다.

황철주 발명진흥회장 "특허가 존중받는 지식재산 생태계를 만들겠다"

-기업의 발명을 장려하기 위한 직무발명제가 도입됐지만 아직 널리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직무발명제도는 발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줘 발명을 장려하고 사용자에게 안정적으로 권리를 승계해 그 성과를 기업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산업 발전을 촉직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작년 기준 전체 특허 출원 건수 중 80%가 기업이 출원한 것으로 직무발명에 해당한다.

대기업에서는 79.3%, 중견기업은 63.9%가 직무발명제도를 도입했지만 중소기업은 38.6%에 불과하다. 발명진흥법에는 직무발명제도가 있어야 법인의 권리로 특허를 출원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이 때문에 제도 도입은 필수적이다. 중소기업 도입률을 높이기 위한 직무발명제도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발명진흥회는 이를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직무발명제도 컨설팅 사업을 지속해 제대로 운영하는 기업엔 우수기업 인증제를 시행한다. 직무발명제도는 기업 경쟁력 강화와 수익 증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제도다. 인식 고취와 전문성 증대를 위한 더 나은 방안을 찾고 시행하겠다.

-기업에서는 많은 발명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사업화가 어려운 경우가 상당수다. 혁신 아이디어와 발명이 사업화에 성공,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아이디어와 발명이 사업화되는 과정은 매우 길고 험난하다. 어려운 과정을 잘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공공기관이 보유한 전문가 네트워크와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시장조사와 기술검증, 자금 조달, 사업화 전략, 인적 자원, 지식재산 관리 등에 대해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발명진흥회에서도 노력하고 있다.

'IP 제품 혁신 지원 사업'은 각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을 컨설팅으로 고도화하고 사업화를 촉진한다. 신제품 기획, 문제 해결, 제품 고도화 등이 대표적이다. 또 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자금 조달도 지원하고 있다. '특허기술평가지원사업'으로 IP 금융(보증·대출·투자)을 지원하고 있다. 일반 동산대출이 어려운 혁신 기업이 자금을 수혈해 성공적으로 기업 운영을 하도록 돕고 있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 창업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다양한 정책으로 지원할 계획인 만큼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올해 새롭게 추진하려는 신규 사업 계획이 있나.

▲벤처와 스타트업을 만나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금이라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지식재산 관련 자금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식재산바우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업에 필요한 지식재산 서비스 시기와 분야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국내외 지식재산 권리화, 특허조사분석과 컨설팅, 특허기술가치평가 등 다양한 지식재산서비스를 적기에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 맞춤형 지식재산 서비스 지원사업을 지속 발굴해, 벤처와 스타트업 같은 '착한 약자'들의 혁신 성장을 돕겠다.

-마지막으로 신임 발명진흥회장으로 포부를 밝힌다면.

▲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기술 혁신을 위해 1조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현업에서 확보한 특허만 3000여개에 이른다. 지금도 매출 15~20%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5년 이상을 내다본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기 위한 포석이다.

한국발명진흥회 20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주성엔지니어링과의 시너지였다. 기업인이자 발명진흥회장으로서 민·관·정의 구심점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고 싶다. 주성 R&D 인프라를 기반으로 미래 첨단 기술 씨앗이 될 다양한 지식재산을 만들고 이를 대내외적으로 배양하는 사업을 특허청 등 정부와 협의해 만들어가겠다.

◇황철주 한국발명진흥회장(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1959년생으로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위해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 우리나라 벤처 1세대로 손꼽힌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공정 핵심 기술인 원자층증착(ALD)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현재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태양광 등 사업 저변을 넓히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장과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수석부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20대 한국발명진흥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