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인선이 본격화됐다. 여야 교체 이후 첫 인선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안형환 부위원장의 후임 방통위원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4월 5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7월 31일 임기가 각각 만료된다. 8월 23일에는 김효재 상임위원(국민의힘 추천), 김현 상임위원(민주당 추천)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된다. 앞으로 5개월 동안 방통위 재구성에 국민과 업계,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게 된다.
하마평이 무성하다.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에 검사 출신이 온다느니, 친윤(친 윤석열) 또는 친이(친 이재명) 유력 정치권 인사가 온다는 소문이 관가와 방송통신 업계를 맴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안형환 부위원장 후임을 제외하면 공식 절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여야 유력 정치인 또는 용산 대통령실 등 정책 결정권자들이 이제 막 인선 구상을 시작하는 단계다.
여야는 6기 방통위 인선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원칙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방통위 설치법을 보자. 방통위 설치법은 제1조에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과 공익성을 높이고,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목적을 명시했다.
이를 위해 유념해야 할 핵심 키워드는 '전문성'이다. 여야 모두 '자리 나눠 먹기'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치인·공무원에게 자리 나눠 먹기를 하지 말라는 것 자체가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야는 최소한 미디어 또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학위나 경력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인물을 추천해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도 반드시 필요하다. 방통위 인적 구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됐다. 방통위는 지난 7년 동안 미디어·방송 분야 인사, 심지어 미디어 분야에서조차 이렇다할 경력이 없는 정치권 인사가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구글·넷플릭스의 망 이용 대가 거부, 인앱결제법,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안, 최근 윤석열 정부 화두로 떠오른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ICT 전문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공무원 출신 행정전문가가 6기 방통위에서는 반드시 상임위 구성에 포함돼야 한다. 행정고시 출신 또는 방통위 출신 공무원에게 한 자리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방송통신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어느 산업보다 빠르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기가인터넷 위에서 돌아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미디어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산업 혁신과 역동성을 지원하면서도 불공정 해소 등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후규제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법 등 규제 프레임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부 정책-방통위 구성원-시장'과 가교 역할을 할 행정전문가의 역할이 필수다. 그동안 진행된 방통위 내외부 갈등과 정체를 타파하고, 6기 방통위의 새로운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구성원의 의견도 고려해야 한다. 방통위 노조는 2019년 5기 상임위원 인선 과정에서 “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구인 이유는 방송과 통신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ICT·행정전문가를 선임해달라는 성명을 냈다. 달라진 게 없이 4년이 지난 현재에도 6기 방통위 인선과 관계된 정책 결정권자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목소리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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