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기통신연합(ITU) '디지털 발전 대시보드'를 통해 우리나라 디지털 인프라가 세계최고 수준임이 데이터로 입증됐다. 정보통신기술(ICT) 요금 수준은 유럽 주요국에 비해 다소 높았지만 세계 최고 수준 인프라 경쟁력을 고려하면 과도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다만,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 경쟁력은 위협받고 있다. 5세대(5G)·6세대(6G) 이동통신 등 디지털 인프라 진화와 국민 부담 경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경쟁활성화는 물론이고 시장의 '판'을 키우기 위한 고민이 지속돼야 할 전망이다.
◇한국, LTE 커버리지 100% 등 모바일 인프라 최고
ITU는 '디지털 발전 대시보드'를 통해 200여개 이상 국가의 디지털 발전현황 데이터를 수집·공개하고 있다. ITU는 2017년까지 발표하던 종합순위 대신 개별 데이터를 집계·공개한다. 본지는 한국 ICT 발전현황을 선진국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한국·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G7+한국)의 2021년 기준 주요 ICT 지표를 비교·분석했다.
핵심 모바일 지표인 인구기준 LTE 커버리지는 G7+한국이 유사했다. 2021년 기준 한국,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이탈리아가 100%를 각각 기록했고, 프랑스와 캐나다는 각각 99%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은 디지털 경제·산업 활성화를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로 무선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는 방증이다. 물론 최신 기술인 5G는 ITU 집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한계를 보였다.
휴대폰 보급률 역시 한국은 같은 기간 98%로 8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유아는 물론이고 청소년·아동까지 전국민의 휴대폰이 일상화됐으며, '투폰족' 역시 증가한 결과다. 프랑스가 96%, 일본 93%, 이탈리아 92%를 각각 기록했다. 나머지 국가는 데이터를 공표하지 않았다.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도 한국이 압도
모바일과 유선인터넷 전반을 합한 접근성 분야에서도 한국이 대부분 수위권을 차지했다. 한국은 유무선 인터넷을 포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구를 의미하는 '인터넷 접속 가구' 비중이 8개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100%를 차지했다. 영국이 95%, 캐나다가 94%(2020년 데이터), 독일 91%(2022년 기준), 일본 88%, 프랑스와 미국(2019년 기준)이 각각 87%, 이탈리아가 81%를 기록했다. LTE 커버리지에 비해 한국과 주요 선진국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한국은 LTE 이외에도 전국 구석구석으로 광케이블 등 유선 인프라가 보급된 결과로 풀이된다.
유무선 인프라 발전 척도는 개인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률에 반영됐다. ITU는 설문 등 방식으로 인터넷 이용률을 측정했다. 한국의 개인 인터넷 이용률은 98%로 8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영국 97%, 캐나다 93%, 미국과 독일이 각각 92%, 프랑스 86%, 일본 84%, 이탈리아 75%에 그쳤다. 한국은 도시 지역은 물론 교외, 심지어 군대와 같은 환경에서도 유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 인터넷 접근성을 확보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 통신요금은 중위권
이용요금 측면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유선인터넷은 확실히 낮은 수준이었다. 인터넷 요금은 전반적으로 독일이 가장 저렴했다.
1인당 국민소득(GNI)에서 유선인터넷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개국 중 미국과 독일이 1%로 동률을 기록했고, 한국은 1.1%로 뒤를 이었다. 캐나다가 1.2%, 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는 모두 1.3%를 기록했다.
모바일 음성·데이터요금이 1인당 GN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이 0.3%로 가장 낮았다. 영국·이탈리아가 0.6%, 미국·프랑스 0.7%, 한국 0.9%를 기록했다. 일본은 1.5%, 캐나다는 1.9%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한국은 유럽에 비해 높고 일본, 북미와 비교하면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유럽은 통신품질이 다소 낮은 대신 알뜰폰 활성화 정책 등으로 모바일 이용요금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하철, 고속도로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통신이 가능한 한국 통신환경과 품질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통신요금이 디지털 인프라 수준에 비해 높다고 볼수만은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은 통신·디지털 인프라의 보편성, 기술성과 가격적정성까지 모든 부문에서 최상위 수준으로 분석됐다. 이와 같은 디지털 인프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망 투자 공정기여와 국민 통신비 부담 경감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통신시장 경쟁활성화를 통해 국민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는 동시에,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키며 이익을 취하는 구글·넷플릭스 등 거대 콘텐츠 기업이 망 투자에 공정하게 기여하도록 정책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핵심 정책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