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58〉긴 열린 셔터로 찾는 혁신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58〉긴 열린 셔터로 찾는 혁신

한강, 미시시피강, 나이저강, 메콩강. 모두 다른 강들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큰 강이란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잘 알고 있듯 한강의 '한'은 '크다, 넓다'는 의미다. 오지브와 인디언 말로 미시지비(Misi-ziibi)는 위대한 강이란 뜻이라 한다. 서아프리카 나이저강의 다른 이름인 졸리바(Joliba)는 말링케 말로 위대한 강이고, 메콩의 메는 어머니를 뜻한다. 그리고 이들 모두 땅의 생명을 꽃피움으로써 자신의 살아있음을 알린다.

혁신을 칭하며 비전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혁신이란 대개 남다른 시야로 찾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우리 시야를 오래 열어 두는 것이 그 방법이라고 말한다.

코카콜라를 보자. 누구나 아는 이 기업의 애초 혁신은 제조법을 고안하던 1886년 무렵이다. 그럼 이 이후에는 어땠나. 100년 넘게 아무 혁신도 없이 최고 기업으로 버텼다고 치부할 순 없다. 분명 거기엔 뭔가가 있었겠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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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가 탄생한 지 10여년이 지나자 코카콜라에는 병입(bottling) 공급망이 구축되기 시작한다. 각 영업권의 경계는 말이 끄는 마차가 하루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다. 1920년 즈음이 되자 1200개가 넘는 병입처가 만들어졌다. 물론 이건 코카콜라가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 만점 방법이 되었다.

물론 진정한 코카콜라의 탄생은 이로부터 10여 년 후의 일이다. 당시 음료병은 투명하거나 갈색이 도는 직선형 병이었다. 애초 코카콜라는 모든 병에 코카콜라란 이름이 각인되어 있었지만 그 유명한 스펜서체로 코카콜라를 새겨 넣기로 한다.

이즈음 코카놀라, 토카콜라, 심지어 K로 시작하는 콜라란 유사품이 범람한다. 그래서 마름모꼴 종이 라벨을 붙여 보았는데 이건 종종 떨어져 나가버리기도 했다.

1912년 코카콜라는 비록 자신에게 독특한 로고가 있지만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 내린다. 그리고 제품을 위한 '독특한 패키지'를 개발하기로 정한다.

코카콜라는 1915년 4월 새 병을 개발하기로 하고 미국 전역의 유리회사에 디자인을 요청한다. 요구사항은 단순했다. “어두운 곳에서 만져 보거나 바닥에 부서진 상태로 놓여 있어도 알아차릴 수 있는 독특한 형태”였다.

이 경쟁에 루트 유리제조사도 참가한다. 루트의 디자인 담당들이 지역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도안을 뒤지다가 찾아낸 것이 길쭉한 모양에 세로로 홈이 파인 코코아 콩 그림이었다. 이 모양을 두꺼운 리넨 종이에 스케치해서 공장으로 돌아와 샘플 병 몇 개를 제조한다.

1916년 초 코카롤라 관계자들이 후보 선정을 위해 모였을 때 이 루트 디자인은 확실한 승자였다. 병에는 저먼 그린(German Green)이란 색상을 넣기로 한다. 훗날 코카콜라의 본고장인 조지아를 기념해 '조지아 그린'으로 부르는, 오늘날 콜라병 색이다. 병 바닥에는 제조된 곳을 새겼다. 이건 그후 수십 년 동안 누구 병이 더 먼 곳으로 왔는지 따져보는 아이들의 재미거리가 됐다.

반면 코카콜라 최대 위기는 바꾸려 시도한 때였다. 1985년 4월 새 코카콜라 출시를 선언한다. 하지만 1-800-GET-COKE로 몇 만 통의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소비자들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홈구장 야구장 전광판을 빌려서 불매 요구까지 올린다. 그리고 결국 3개월 만에 원래 포뮬러로 돌아간다고 선언한다.

우리가 움직이는 뭔가를 찍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대개는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한다. 그럼 피사체는 선명해진다. 그러나 셔터가 천천히 닫히면 피사체는 흐려지지만 그제 이것의 움직임은 살아난다.

혁신이 뭘까. 만일 당신의 혁신이 살아있게 하려면 그렇게 대하라. 오늘의 혁신이 내일의 혁신을 위한 밑그림일 뿐이어야 하는 게 그 이유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