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결국 물러났다. 유희열·김대유 사외이사도 동반 사퇴했다. KT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임기가 보장된 이사는 김용헌 이사만 남게 되면서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하게 됐다. 향후 5개월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KT 거버넌스 재정비 절차에서 주주 이사 추천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KT는 28일 구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에서 사퇴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대유, 유희열 등 일부 사외이사도 최근 일련의 과정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정관 및 직제규정에서 정한 편제 순서에 의거해 박종욱 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KT는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한다. 집단 의사결정 방식으로 전사 경영·사업 현안을 해결한다.
비상경영위원회 산하에는 '성장지속 TF'와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가동한다. 성장지속 TF는 고객서비스·마케팅·네트워크 등 사업 현안을 논의한다. 비상경영 체제가 확립된 만큼, 최소한의 인사와 투자, 조직개편 등 절차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당장 중간요금제 출시 등 사업현안이 있고, 상무·상무보 승진자 전환배치와 퇴직자 절차도 처리해야 한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에서는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주주 추천 등을 통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특히 전문기관을 활용해 지배구조 현황 및 국내외 우수 사례를 점검할 계획이다. 국내외 ESG 트렌드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하고,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거버넌스 확립까지는 이사 구성을 위한 주주총회, 새로 선임된 이사가 선정한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등 2번을 거쳐야 한다. 선임절차 등을 고려할 때 약 5개월이 걸릴 것으로 비상경영위원회는 관측했다.
이사 사퇴와 비상 경영체제 구축은 KT노동조합이 성명을 통해 건의한 방안과 유사하다. 일각에서는 신규 거버넌스 구축 기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KT 안팎에서는 기존 경영진, 이사진이 물러나게 된 만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 현대자동차, 신한은행 등 주요 주주 추천으로 우선 이사회를 선임할 경우 신규 이사진 선임 기간을 단축하고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민주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박종욱 사장은 “KT는 고객서비스 및 통신망 안정적 운용은 물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 없도록 할 것”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넘어선 지배구조로 개선하고 국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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