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주들이 담배 마진율 축소에 반발하고 나섰다. 담배 제조사가 신제품 가격을 올리는 동시에 판매 마진율을 축소, 제조사 이익만 챙겼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다음 달 담배 제조기업 4개사(KT&G·한국필립모리스·BAT로스만스·JTI)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다. 담배 제조사가 가격과 마진율을 담합하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저마진 판매를 강요한다는 이유에서다. 단체 불매운동과 집단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전편협은 지난 15일 담배 제조사에 마진율 축소에 항의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2주간 답변을 회신받지 못했다. 이후 전편협 측은 담배 업체들이 대화 의지가 없다고 보고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출시된 담배 신제품과 관련이 있다. 담배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신제품을 출시하며 전용 담배 스틱 가격을 4500원에서 4800원으로 일제히 인상했다. 기존의 자사 기기나 타사 기기를 호환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가격 인상이라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가격 인상과 동시에 마진율을 줄였다는 점이다.
판매자 마진은 담배 판매가에서 제조사 이익과 개별 소비세 등 세금을 제한 나머지 금액이다. 제조사가 설정한 마진율은 편의점뿐 아니라 담배를 판매하는 모든 담배소매인이 동일하게 적용 받는다.
실제 전자담배 전용 스틱 한 갑의 마진율은 8%대까지 낮아졌다. KT&G의 기존 제품인 릴 핏 1·2 담배스틱 마진율은 9%였지만 신제품 '릴 에이블' 전용 스틱 '에임'의 마진율은 8.65%다.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의 '아이코스 일루마' 전용 스틱 '테리아', '글로 하이퍼X2' 전용 스틱 '데미슬림' 마진율 또한 각 8.6%다.
점주들은 카드수수료 1.5%까지 제하고 나면 실질 마진율은 7%대까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계상혁 전편협 회장은 “인상된 판매가 300원 가운데 편의점에 돌아오는 인상분은 5원이 채 되지 않는다”면서 “판매가 인상에 따른 카드수수료 증가분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조사만 이익을 취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담배는 허가 산업이다 보니 세금과 맞물려 있어 판매가·제조원가·마진율을 정부에 신고하고 판매해야 한다. 제조원가와 마진율은 제조사가 모든 담배 판매인에게 동일하게 설정해 사실상 통보하는 식이다. 점주들은 담배 시장이 독과점 구조인 만큼 편의점을 비롯한 판매처는 을의 입장에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계 회장은 “당연히 잘 팔리는 제품은 마진이 적어도 판매해야겠지만 신제품은 잘 팔리지도 않는데 마진율도 줄었다”며 “담배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마진을 정하면 편의점은 이를 따라가야 하는 구조라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편의점은 울며겨자먹기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전편협 주장에 대해 제조사들은 점주들이 수취하는 실질 마진 금액이 늘어 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기존 담배 스틱의 경우 마진율 9%를 적용하면 405원이 점주에게 돌아가지만 신제품은 마진율 8.6%를 적용해도 412.5원이 남게 된다. 여기에 카드수수료 1.5%를 감안하더라도 점주는 담배스틱 갑당 기존보다 2.5원이 이익인 셈이다. 신제품의 경우 생산량이 적어 판매가 대비 마진율을 적게 책정하고 있지만 판매 현황을 감안, 변동할 여지도 있다.
한 담배업체 관계자는 “신제품은 생산량이 아직 적어서 생산단가가 높은 만큼 마진율을 적게 책정했지만 이후 생산량이 늘어난다면 이를 감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담배 가격 인상은 선제효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신제품 담배 스틱은 각각 가공법이 달라 기존 제품과 생산단가를 동일하게 적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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