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힘을 합친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1인치 안팎의 작은 크기에 초고해상도를 구현한 것으로, 확장현실(XR) 기기에 탑재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부문(DS) 파운드리사업부와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 OLED 상용화 및 양산을 위해 각사가 담당할 공정, 협업 등 세부 사항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이 웨이퍼 설계와 회로 구현을 맡고,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증착부터 최종 디스플레이 완성까지 담당하는 안이 유력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초 마이크로 OLED를 만들기 위해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크로 OLED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물층(OLED)을 형성하기 때문에 반도체 공정이 필수고, 제조 설비를 갖춘 반도체 업체와의 협력을 추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SK하이닉스와 수 차례 만날 정도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 갔지만 양사 협력은 무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쟁 관계에 있는 LG디스플레이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로 OLED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고, 모회사와 자회사 간 시너지 도모를 위해 최종적으로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손을 잡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모색했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팹이 대규모 라인이고, 파운드리가 주문에 맞춰 칩을 생산하다 보니 삼성전자 라인을 이용하기 쉽지 않아 SK하이닉스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협력이 주목되는 건 차세대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위해 글로벌 1위 반도체 회사와 디스플레이 기업이 뭉쳤다는 점에서다. 마이크로 OLED는 아직 상용화된 적 없는 디스플레이다. 실감형 기술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XR로 발전하면서 눈앞에서 초고해상도를 표현하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가 생겨 개발이 시작됐다. 마이크로 OLED는 현재 소니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OLED 1위 삼성디스플레이가 힘을 합침으로써 소니를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소니의 마이크로 OLED는 애플이 출시를 준비하는 XR 기기에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2세대 애플 XR 기기 탑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은 2세대 제품부터 디스플레이를 다변화, 삼성과 LG 등에서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조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마이크로 OLED는 또 삼성전자, 퀄컴, 구글이 협력하는 XR 기기 적용이 예상된다. 삼성, 퀄컴, 구글은 지난 2월 갤럭시 스마트폰 행사에서 XR 기기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 OLED에 삼성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창출될지 주목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XR 기기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2028년까지 1억39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주선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낙점하고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출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시 탕정 A2 라인에 마이크로 OLED 파일럿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주요 장비는 발주했다. 삼성은 파일럿에서 진척이 이뤄지면 본격적인 양산 투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