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의를 향한 집념, 현장을 재빠르게 급습하는 치밀함, 정확한 타이밍을 위해 기다리는 인내심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 잡은 범인을 재판에 세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증거다.
지난 3월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는 범인을 쫓는 강력범죄 수사과정을 리얼하게 담아냈다. 피해자 최초 신고부터 범인을 체포하는 순간까지 세상에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현장 기록을 공개해 수사 다큐멘터리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가장 먼저 공개된 부산 양정동 모녀 살인사건은 이웃 간에 발생한 강도 살인으로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겼다. 형사들이 과학 수사대에 맡긴 감정물만 360점이었다. 하지만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범죄를 밝히기 위해 수사에 쓰이는 과학적 수단이나 방법, 기술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포렌식을 동원하게 된다. PC·스마트폰 등 '디지털 포렌식', 생물 증거를 채취해 분석하는 포렌식은 '바이오 포렌식'으로 나뉜다. 바이오 포렌식은 혈흔, 침, 정액, 소변 등 피해자 혹은 현장에 남겨진 성분을 기반으로 용의자를 피의자로, 피의자를 피고인으로 법정에 세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체액에서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DNA'다. DNA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체에 존재하는 기본 요소다. 유전 정보를 보존하고 전달한다. 구아닌, 시토신, 티민, 아데닌 등 DNA를 이루는 네 가지 염기 고유한 배열이 지문과 같이 개인을 식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DNA를 유전자 분석에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기술이 있다. 코로나19 검사로 익숙한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이다. 1983년 미국 생화학자 캐리 멀리스가 개발한 DNA 복제 방식으로 극소량 DNA로도 분석을 용이하게 만든다.
이중 나선 구조를 띤 DNA는 복제를 시작하면 한 가닥 DNA 주형으로 분리된다. 이후 프라이머로 불리는 RNA가 이 DNA 주형 시작점에 붙고, 이를 DNA 중합효소가 인식해 DNA 주형을 다시 이중 나선구조로 복제한다. 해당 원리를 기반으로 효소와 DNA, 프라이머가 섞인 인공 환경을 조성해 분석 가능한 양 만큼 DNA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PCR 기술이다.
부산진경찰서는 바이오 포렌식을 추진했으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DNA가 검출된 증거품, 평소 피의자가 복용하던 정신과 약성분이 피해자 체내와 도라지차에서 발견된 점, 앞뒤가 맞지 않는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영장을 청구, 구속됐다. 여전히 진행 중인 1심 재판에서 피의자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기관 과학조사 결과는 범행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채림이가 꿈에 나왔다. 아저씨가 노력했으니 울지 말고 웃으면서 나타나 달란 말이 하고 싶네요.' 해당 사건을 담당한 형사의 진심 어린 말이다. 진범 검거를 위해 오늘도 치열한 사투를 담은 '국가수사본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