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파이브의 첫 시스템온칩(SoC) 설계 플랫폼으로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양산에 들어갔다. 퓨리오사AI의 고성능컴퓨팅(HPC)용 AI 반도체가 주인공으로, 삼성전자 14나노 공정을 활용한다. 국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및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간 협업으로, 견고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세미파이브는 자사 'AI 인퍼런스 SoC 플랫폼'으로 개발한 퓨리오사AI 반도체 1세대 제품 '워보이'가 양산에 들어갔다고 5일 밝혔다. 세미파이브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인 국내 디자인하우스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데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가 파운드리에서 원활하게 생산되도록 공정 최적화와 설계 지원을 맡는다.
세미파이브는 단순한 설계 지원을 넘어 고성능 AI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했다. AI 인퍼런스 SoC 플랫폼은 AI 반도체 주요 기능을 반도체 설계자산(IP) 형태로 미리 제공한다. 설계 기간을 단축, 팹리스가 적기에 제품을 출시하도록 돕는다. 세미파이브는 AI 반도체에 필요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추가하는 등 고객에게 최적화한 반도체 IP도 제공한다.
이번 양산 성과는 세미파이브, 퓨리오사AI, 삼성 파운드리 간 협업이 주효했다. 보통 팹리스가 파운드리에 직접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설계 영역과 공정 영역 간 간극 차이 때문이다. 세미파이브는 이 간극을 좁혀 신속한 제품 개발과 안정적 양산을 뒷받침했다. 반도체 업계가 강조하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통한 성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역시 이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세이프'(SAFE)라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SAFE DSP인 세미파이브와 협력해 시장을 선도하는 반도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면서 “세미파이브와 고객이 삼성 파운드리의 선도적 핀펫 공정, 차별화한 패키징 솔루션과 광범위한 SAFE 에코 시스템 디자인으로 협업해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양산이 시작된 퓨리오사AI 워보이는 국내 주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탑재돼 실시간으로 AI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워보이는 데이터센터 NPU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AI 칩이 될 것”이라면서 “세미파이브, 삼성 파운드리와 협력해 계획된 일정에 맞춰 칩을 설계하고 제작해서 검증까지 완료했다”고 밝혔다.
세미파이브는 현재 보유한 AI 인퍼런스·지능형사물인터넷(AIoT)·HPC 플랫폼에 이어 △무선주파수(RF) △차세대 HPC △차량용(오토모티브) △칩렛 등 다양한 반도체 칩을 구현할 플랫폼을 개발, 사업 저변을 확대할 방침이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세미파이브가 맞춤형 반도체의 새로운 글로벌 허브가 되는 여정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이 차별화한 칩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 SoC 설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