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을 기아 K8 후속 모델인 준대형 세단 GT1(프로젝트명)에 처음 탑재한다. eM은 현재 개발 단계인 제네시스 JG(GV90), RN2(G70 후속) 등 2025년 전후로 쏟아질 현대차그룹 신형 전기차에 순차 적용된다.
2030년 세계 전기차 시장 톱3 달성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eM 플랫폼을 탑재할 첫 차인 GT1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eM은 기존 E-GMP의 뒤를 잇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GT1은 기아 K8 후속 모델인 전용 전기차로, 전장 5m 수준의 E세그먼트(준대형) 세단이다. eM 플랫폼의 기본형을 최초로 적용하는 '리드카'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GT1의 테스트카를 제작, 개발을 시작한다. eM 플랫폼이 아직 개발 단계여서 초기 테스트카는 기존 제네시스 G80 EV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다. 이후 2025년 하반기에 eM 플랫폼을 얹은, 양산 전 최종 프로토타입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실제 GT1 양산차 출시는 2026년 초로 예정됐다.
현대차그룹은 eM 플랫폼을 기본형과 고급형으로 나눠 개발한다. 기본형은 기아 GT1, 고급형은 제네시스 JG 및 RN2 등에 적용한다. JG와 RN2의 세부 개발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GT1이 나올 2025년 전후 출시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공개하면서 2025년까지 신규 전기차 플랫폼 2종을 개발해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IMA는 2020년 말 선보인 E-GMP를 한 단계 개선, 배터리와 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모듈화하는 개발 체계를 말한다.
IMA를 도입하면 개별 전기차 모델에 별도 사양으로 반영해 온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서 차급별로 유연하게 적용, 효율적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상품성을 강화할 수 있다.IMA를 적용할 새 전기차 아키텍처는 승용 전용 전기차 플랫폼 eM과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 eS다. eM은 표준 모듈 적용으로 E-GMP 대비 공용 범위를 확장해 소형부터 대형까지 모든 세그먼트에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한다. 주행가능거리(AER)를 아이오닉5보다 50% 이상 개선하고,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응한다. 전 차종 무선(OTA) 업데이트 기본화 등 다양한 신기술을 탑재한다.
현대차그룹은 IMA 도입과 함께 각 시스템의 원가 절감과 성능 개선을 통한 상품성 강화도 추진한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50% 개선하고, 원가는 40% 절감할 계획이다. 모터는 원가를 35% 낮추고 중량을 30% 감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배터리팩은 총 9종으로 표준화한다. 표준화 배터리팩을 유연하게 적용하면 차급별 수요 대응이 쉬워진다. 현재 셀·모듈·팩 단계로 구성한 '셀투모듈' 배터리 공정은 2025년 모듈 비중을 제외한 '셀투팩'으로 변경, 에너지 밀도를 높인다. 배터리셀을 직접 섀시에 부착해 차체·배터리를 일체화하는 '셀투프레임' 공정 적용도 검토한다. 모터 역시 총 5개 형태로 표준화해서 개발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기아 화성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 글로벌 전기차 톱3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