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을 제외했다.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공장 건설과 북미산 배터리 사용 확대를 서두르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대당 7500달러(약 1000만원) 보조금 대상 차종에 테슬라 '모델3', GM '볼트', 포드 '마하E' 등 미국 업체 전기차 16종만 포함됐다. 보조금 지급 차종이 기존 40개에서 절반 아래로 줄었다.
DOE는 최근 IRA 세부 규칙을 개정하면서 '북미에서 전기차 공장을 운영한다'는 기존 내용에 '북미산 배터리를 50% 생산하거나(3750달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국가에서 가공한 핵심 광물 40%를 사용해야 한다(3750달러)' 조항을 추가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북미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북미산 배터리와 광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고 싶으면 이제 미국 브랜드를 사야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에 공장을 운영하면서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하는 미국 완성차가 수혜 대상이 됐다. 테슬라·GM·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파나소닉·SK온 등으로부터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거나 미국 내 합작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합작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전기차 신차 출시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앨라바마와 조지아주에서 일부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북미산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날 발표 이전에는 포함됐다가 빠진 제네시스 'GV70'의 경우 한국 배터리 제조사가 중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경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리스 차량 등 상업용 전기차는 IRA 요건을 적용받지 않아 이를 중심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의 부부 합산 30만달러 이상 소득층은 IR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상업용 차종 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외교적 노력을 통해 '선방했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완성차업체)타격은 크지 않다”면서 “배터리 수출에 있어서는 수혜를 받는 나라가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공급망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 현지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는 방식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같은 해 완공 예정인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립도 서두른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서울모빌리티쇼 2023'에서 “미국 현지 공장을 통해 북미 IRA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