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전문가들이 초격차 기술 확보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반도체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어야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인력 양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26일 주최한 '미국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 대응 토론회'에서 관련 학계·산업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K반도체 경쟁력 확보 전략을 논의했다.
김정호 KAIST 교수는 “우리나라 반도체가 없으면 세계 각국이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산 반도체' 의존도를 대폭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가 주목받는 상황으로 새로운 시장을 국내 기업이 선점하고 의존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초격차 기술을 만드는 건 사람이다. 그러나 현재 반도체 인력 양성 규모와 수준으로는 기술을 선도할 고급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조차 맞출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덕균 서울대 교수는 “향후 10년간 국내 반도체산업 인력은 12만7000명이 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 양성 시스템이 지속되면 5만명 밖에 배출할 수 없다”며 “공격적 인재 양성·유지 정책과 해외 인력 유출 방지를 위한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산 반도체 기술력이 우수 인력에 있는 만큼 국내 기업과 대학에 남을 수 있도록 할 제도 필요성도 제기됐다. 황철성 서울대 교수는 “국산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국내 핵심 엔지니어와 그 팀이 해외 기업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대학원 차원 전문인력 양성은 물론, 다년간 교육으로 배출한 인재가 해외 대학·기업으로 나가지 않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중심인 국내 반도체 산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차원에서 인재 양성 필요성도 제시됐다.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는 “시스템 반도체가 과거엔 마을 설계 수준이었다면 현재 신도시 설계 수준으로 규모와 중요성이 커졌다”며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이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상용 제품을 출시하도록 지원하고 시스템온칩(SoC) 설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전문인력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반도체 생산성을 높일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별 반도체 생산 거점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실제 승패를 좌우하는 건 생산 능력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국내 공장 신축과 증설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이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생산에 유리한 입지를 가진 만큼 용인 클러스터 등 국내 공장이 확대되도록 정부 지원·기업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전했다.
양향자 의원은 “미국의 반도체 패권주의 상황에서 근본적인 전략은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반도체 실력을 키워 미·중 양국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반도체 최강국이 되는 것”이라며 “학계와 산업계 목소리를 수렴해 반도체 기술 주권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