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백신' 산업에 한정돼 있는 국가전략기술을 '바이오의약품' 산업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바이오협회·한국바이오경제학회가 주관한 '바이오경제 미래전략 포럼'에서 나온 정책 건의다. '백신'에 한정된 국가전략기술을 '바이오'로 확대해 달라는 기업의 목소리다.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반도체·배터리와 함께 미래 성장 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국가전략기술 지정 후 정책 지원을 대폭 받는 분야는 '백신'에 국한됐다.
실제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안에는 국가전략기술에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백신, 수소 및 미래형 이동수단만 포함됐다. 세액공제 시 중소기업은 25%,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15%로 각각 상향했다.
바이오는 신성장사업화시설로 구분돼 있다. 조특법 개정안에 포함돼 올해 말까지 공제 한도를 높였다. 대기업의 경우 기존 3% 임시투자 세액공제에서 6%로 상향했다. 다만 6%로 올려도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와 비교하면 절반이 안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를 확보하고 1조9800억원을 투입, 18만리터 규모의 5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2030년까지 약 3조원을 투자해 송도에 메가플랜트 3개를 설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바이오 산업에 대기업 투자가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 인센티브는 부족하다. 미국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은 자국 내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미국 영토 안으로 내재화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국 바이오 생산 니즈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중동 등 해외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방문, 자국 내 공장 건립을 적극 요청하는 등 투자유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CDMO 기업은 공격적인 설비 개발 투자로 세계시장 경쟁에서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연구·서비스사 IQVIA의 자료에 따르면 2026년까지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2020년 113억달러에서 2026년 203억달러로 연평균 10.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의약품은 2026년까지 6220억달러로 성장, 전체 의약품의 35.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강력한 경쟁자는 론자와 우시 바이오로직스다. 론자는 CDMO 분야에서 사실상 '1등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시장 전반에 생산 공장을 확보하고 여러 모달리티 생산역량을 확보했다. 중국 바이오텍 분야 '화웨이'라고 불리는 우시 바이오로직스는 중국 정부 지원 아래 바이엘 원료의약품 생산공장, 화이자 항저우 생산공장, 중국 CDMO기업 CMAB 바이오파마를 인수하며 성장중이다. 이들은 공격적인 원료의약품(DS) CMO 증설로 시장 점유율 우위 선점 경쟁을 펼친다.
정부가 말로만 바이오 강국을 외쳐서는 안 된다. 바이오경제 구현은 기업의 기술 경쟁력만으로 어렵다. 기술 장벽 해소와 함께 정부 정책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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