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드론’으로 ‘엑시트’

영화 엑시트 포스터
영화 엑시트 포스터

대학교 산악 동아리 에이스 출신이지만 졸업 후 몇 년째 취업 실패로 눈칫밥만 먹는 용남은 온 가족이 참석한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연회장 직원으로 취업한 동아리 후배 의주를 만난다. 어색한 재회도 잠시, 칠순 잔치가 무르익던 중 의문의 연기가 빌딩에서 피어 오르며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도심 전체는 유독가스로 뒤덮여 일대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용남과 의주는 산악 동아리 시절 쌓아 뒀던 모든 체력과 스킬을 동원해 탈출을 향한 기지를 발휘한다. 용남은 가족 모두를 살리기 위해 산악부 경험을 살려 온몸을 던진다. 의주 역시 재난 상황이 발생하자 자신보다 먼저 연회장 손님들을 살리기 위해 탈출 매뉴얼을 모범적으로 행동에 옮긴다.

이들의 상황은 드론을 통해 실시간 촬영된다. 특히, 위치나 진행 사항 등을 알릴 수 있게 돼 재난 현장 탈출을 돕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엑시트에는 다양한 드론들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값싼 키덜트 제품으로 재탄생돼 개인도 부담없이 드론을 구매하는 시대를 맞이했지만 사실 드론은 군사용도로 생겨났다. 최근엔 기업, 미디어, 개인을 위한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드론은 무선전파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 항공기를 칭한다. 카메라, 센서, 통신시스템 등이 탑재돼 있으며 25g부터 1200kg까지 무게와 크기도 다양하다. 드론이란 영어단어는 원래 벌이 내는 웅웅거리는 소리를 뜻한다. 작은 항공기가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모습과 비슷하다.

국내에서 드론 연구 개발에 적극적인 곳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 등이다. 방위산업체나 중소기업, 택배업체들도 드론에 관심을 보인다.

다만 한국은 아직 드론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드론은 기존 군사용이나 공적인 업무 사용 중심으로 법이 제정됐다. 사실 엑시트에서처럼 야간에 드론들이 도심에서 운행되는 장면은 규제 대상이다.

드론이 장점만 지닌 물체는 아니다. 드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안전’이 꼽힌다. 해킹을 당하거나 장애물에 부딪혀 떨어질 위험 등이 있다. 사생활 침해 위협도 증가한다. 특히, 테러 등 불법행위에 쓰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안티 드론’이 주목받고 있다. 안티 드론은 드론으로 인해 야기되는 범죄나 테러를 차단하기 위해 불법 드론을 탐지하고 식별, 무력화하는 시스템 일체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방산기업은 기존 방공시스템을 개선해 군사 용도로 탐지·식별·무력화 통합 안티 드론 시스템을 개발, 공항·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주요 시설용으로 출시하고 있다.

드론과 안티 드론 기술은 경쟁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불법 드론을 막는 안티 드론 기술을 개발하면 이를 뛰어넘는 드론이 개발된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