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이 해외 시장에 속속 출시되고 있다. 대형 게임사는 주력 타이틀 글로벌 버전에 플레이투언(P2E) 요소를 접목하거나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지원, 국내 서비스와 차이를 뒀다. 기대 신작을 한국 출시 없이 해외 시장에만 선보이는 사례까지 나왔다. 서비스가 제한된 한국을 떠나 ‘웹3’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선 성과를 낸다는 목표다.
◇10년만의 후속작 ‘모두의 마블2’, 국내는 미출시
넷마블이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모두의 마블2: 메타월드’는 전세계 2억명이 즐기며 국내에서는 국민 보드게임 수준으로 큰 인기를 끈 ‘모두의 마블’을 계승하는 작품이다. 국내 개발진에 의해 제작이 이뤄졌지만 정작 한국은 서비스 지역에서 제외됐다. 게임 속 경제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블록체인 기반 P2E 요소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모두의 마블2에서는 이용자가 게임을 하며 얻은 ‘메타캐시’를 게임 토큰인 ‘이네트리움’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네트리움은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마브렉스(MBX)’로 바꿔 현금화할 수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게임물 이용을 통해 획득하는 유·무형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머니 등) 환전 또는 환전을 알선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뉴욕 맨해튼 등 세계 유명 도시의 실제 지적도를 기반으로 구현된 메타버스 공간 ‘메타월드’ 또한 부동산 콘텐츠를 NFT와 결합했다. 이용자는 경매에 참여해 메타월드 속 좋은 입지의 부동산 소유권을 갖고 이를 NFT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다. 매입한 부지는 이용자가 직접 꾸미거나 건물을 올릴 수 있다.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도 가능하다. 혹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매일 메타캐시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모두의 마블2는 그래픽을 향상하고 보드게임의 전략적 재미를 높이는 등 기본적인 게임성만으로도 호평받았다. 글로벌 출시 직후 대만과 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1위에 오르고 현재까지도 주요 앱 마켓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메타버스 부동산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 잠재 가치가 높은 인기 부지는 수백대일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서비스는 앞으로도 불투명하다. 게임 자체에 한국어 인터페이스를 완벽하게 지원하지만 국내 관련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는 한 정식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게임 콘텐츠 핵심 기능이 블록체인과 연계된 만큼 해당 요소를 제거한 국내용 버전을 별도로 선보이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넷마블 측은 블록체인 게임 관련, 국내에서 별도 입장을 내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대형 신작, 글로벌은 블록체인 탑재 차별화
올해 주요 게임사가 국내 선보인 대형 신작 역시 글로벌 버전은 대부분 블록체인을 기본으로 탑재하는 추세다. 미르 시리즈와 위믹스 플레이로 가장 먼저 입지를 다진 위메이드는 물론 넥슨,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등이 앞다퉈 블록체인과 함께 세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폴리곤과 손잡은 넥슨은 대표 지식재산(IP)인 ‘메이플스토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개발 중이다. NFT를 중심으로 다양한 유무형 가치를 만들어 가는 가상 세계다. 넥슨은 블록체인 기반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N’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메타보라를 통해 캐주얼 게임으로 구성된 오락실형 게임 ‘보라배틀’을 3분기 출시한다. 이외에도 4~5종의 신규 콘텐츠를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보라에 온보딩할 계획이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앞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블록체인 게임 글로벌 시장 성과에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컴투스 또한 블록체인에 ‘진심’인 게임사다. 새로운 컴투스 간판 게임으로 자리 잡은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글로벌판에 엑스플라(XPLA) 블록체인 기반 거래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다. 대작 MMORPG로 준비 중인 ‘제노니아’ 역시 블록체인과 결한한 플레이투오운(P2O) 시스템을 글로벌 버전에 도입해 선보일 예정이다. 2000년대 피처폰 시절 시리즈 누적 19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미니게임천국’도 엑스플라에 온보딩, 웹3 게임으로 선보인다.
이외에 엔픽셀, 액토즈소프트 등 중견 게임사도 블록체인 게임 신작 출시 준비에 돌입했다. 네시삼십삼분은 웹3 게임 개발 자회사 디랩스를 통해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온보딩 게임 라인업 100개를 달성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북미, 중동, 대만, 홍콩 등 전세계 게임사와 온보딩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과 애플 양대 국내 앱 마켓에서 매출 1위에 오른 신작 MMORPG ‘나이트 크로우’도 연내 위믹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또 다른 신작 ‘레번드 오브 이미르’ 역시 블록체인 기반 토크노믹스에 최적화된 형태로 선보일 방침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나이트 크로우에 블록체인 기술과 경제를 적용할 것”이라며 “위믹스 플레이에 온보드해 전세계 1등 게임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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