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필수 메모리인 HBM 생산능력을 2배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3 출하를 늘리기 위한 후공정 설비 투자 준비에 착수했다. HBM3를 패키징하는 이천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 골자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HBM3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후공정 라인을 중심으로 추가 장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말까지 후공정 설비 규모가 2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향상한 고성능 메모리다. 복수의 메모리를 단일 반도체인 것처럼 패키징해야 하기 때문에 HBM 생산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후공정 장비, 즉 패키징 설비를 늘려야 한다. HBM 패키징이 이뤄지는 이천 공장에 설비를 추가하는 배경이다.
이번 증설은 AI 시장 성장에 따른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HBM은 AI 처리를 위한 고성능컴퓨팅(HPC),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CPU·GPU와 함께 적용된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특화한 성능으로 AI 반도체와 동시에 HBM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HBM3는 고대역폭메모리 시장 대세 제품으로 주문이 늘어 SK하이닉스는 HBM3를 중심으로 생산량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50%로 현재 세계 1위다.
HBM은 기존 D램을 적층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후공정 역량이 요구된다. 실리콘관통전극(TSV)과 MR-MUF 기술이 대표적이다. TSV는 D램 칩에 수천개의 미세 구멍을 뚫어 위·아래 칩을 수직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반도체 시장 침체로 전체 설비투자는 줄이고 있지만 HBM과 같은 미래 먹거리 투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도 “올해 연결 기준 투자를 작년대비 50% 이상 축소해 집행하고 있다”며 “대신 올해 수요 성장을 주도할 DDR5, LPDDR5, HBM3 등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는 집행해 하반기 및 내년 성장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 제품인 ‘HBM3E’ 설비 투자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3E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품 채택 시 대규모 양산을 위한 추가 투자가 예상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