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돌아서면서 면세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엔데믹 전환에 따른 본격적인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지만 최대 고객인 중국 시장이 닫혀 있어 회복이 더딘 모양새다. 당분간 관계 복원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면세업계 실적 회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938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9.5% 줄었다. 지난 3월부터 2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면 면세점 외국인 방문객 수는 회복세가 뚜렷하다. 지난 5월 면세점 외국인 방문객 수는 51만명으로 지난 2020년 2월(71만명)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5월 1496만원 수준이었던 객단가는 1년 새 184만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외국인 고객 증가에도 매출이 제자리인 이유는 객단가가 높은 중국 관광객(유커), 보따리상(다이궁)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 2023년(1~5월) 중국인 매출은 2019년 동기 대비 약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남아시아 매출이 약 30% 증가했지만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지는 못했다.
중국 시장은 면세업계 매출 비중에서 90% 가까이 차지하는 최대 고객이다. 면세점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되찾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 회복이 필수적이다.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방한 유커 규모는 코로나 이전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중국 관광객은 25만명으로 일본·미국에 이은 3위에 그쳤다. 지난 2019년 233만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다이궁 매출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면세업계는 올해 들어 다이궁에게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를 절반 수준까지 줄였다. 과도한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기본 송객수수료 외에 지급하던 옵션 수수료,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이궁 매출이 줄었다. 업계는 다이궁 의존도를 낮춰 1분기 나란히 체질 개선에 성공했지만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0~40% 감소했다.
결국 중국 시장 침체로 인해 면세업계 회복세는 더딘 편이다. 지난 5월 외국인 매출을 2019년 동기와 비교하면 53% 수준에 그친다. 내국인을 합친 5월 전체 매출도 1조1568억원으로 2019년 대비 55.5% 수준이다. 엔데믹 전환 이후 빠르게 회복 중인 여행·항공업계와 달리 면세업계만 코로나 팬데믹에 머무르는 모양새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대한 단체 관광 비자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르면 2분기부터 단체 관광 제한이 풀릴 것으로 예상해왔지만 하반기도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줄어든 중국 관광 수요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한-중을 오가는 일부 노선을 중단하기로 했다.
면세업계는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해외 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마케팅을 늘리는 한편 동남아시아·일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8월 6일까지 여행 성수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캠페인을 전개한다. 롯데면세점은 해외로 직접 나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지난 4월 베트남, 태국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일본 동경·오사카에서 국내 관광 인프라를 소개하는 ‘로드쇼’를 개최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경우 해외 매장 영업을 정상화해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도 당분간 실적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단체관광 비자 허용이 요원한 상황인 데다 중국 다이궁 매출도 줄고 있어 단기적으로 매출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내국인, 일본, 동남아 관광객과 해외 점포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