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이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하이 NA EUV' 파일럿 라인을 본격 가동한다. 2024년 장비 초도 양산에 앞서 프로토타입 생산과 테스트를 위한 라인이다.
하이 NA EUV 노광장비는 2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 필요한 핵심 장비로 분류된다. 빛 집광능력을 나타내는 렌즈 개구수(NA)를 기존 0.33에서 0.55로 끌어올려 초미세회로를 그릴 수 있는 EUV 장비다.
ASML은 유럽 최대 종합반도체연구소인 아이멕(IMEC)과 업무협약을 체결, 벨기에 루벤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하이 NA EUV 장비 본격 양산 전 수율과 비용 효율화 등 전반에 대한 검증에 돌입한다. 패터닝과 에칭 공정 개발, 새로운 재료 스크리닝, 계측 개선과 포토마스크 기술 등이 대상이다.
하이 NA EUV 장비가 초미세회로 구현뿐 아니라 전력 효율성과 수율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성능 위주 검증이 먼저 이뤄지고 고객사 연구개발(R&D)용 장비 출시 준비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하이 NA EUV 스캐너 테스트를 시작으로 공정 연구에 돌입한다.
최근 나노 공정 단위가 줄면서 현재 EUV 장비로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작업인 노광 패터닝 횟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이 NA EUV 장비는 패터닝을 한 차례(싱글)로 줄여 에너지 효율을 안정화시킬 수 있고, 회로 패턴 해상도를 높여 반도체 제조 수율을 높이고 결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은 2025년 2나노 공정을 가동할 계획이다. 신뢰성 검증 등 기술 지원을 위해 내년에는 R&D용 장비가 생산돼야 한다. ASML은 이에 하이 NA EUV 장비를 2024년부터 초도 출하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인텔, 마이크론 등도 이 장비를 원하는 수요 기업이다.
하이 NA EUV 장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시스템이나 고성능 컴퓨팅(HPC)에 최적화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칩을 개발·생산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로 꼽히는 만큼 ASML은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이 NA EUV 장비는 2025년부터 대량 생산된다. ASML과 아이멕은 반도체 장비·재료 생태계 내 파트너와 새로운 반도체 응용 분야 탐색, 칩 제조업체와 엔드 유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첨단 제조 솔루션 개발도 추진할 전망이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자연어 처리나 컴퓨터 비전·자율 시스템 등으로 영역을 확장, 반도체 공정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ASML은 아이멕과 지속가능한 반도체 연구와 혁신을 지원하고 에너지 효율까지 고려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