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체질을 개선해 자유시장경제를 복원하고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나눠먹기식 관행을 혁파하고 3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는 등 자율·창의 기반 과학기술·첨단산업을 육성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한다.
정부는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R&D 지원 방식을 개편하고 인재양성을 강화해 과학기술 도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R&D (예산은) 굉장히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증가해오면서 지나친 상대평가나 섹터리즘 등에 의해 효과성 떨어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면서 “과기부, 재정당국과 고민해가면서 내년예산편성때 R&D사업계획을 획기적으로 구조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우주·항공, 양자, 바이오, 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원천 기술 분야 투자에 집중하고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한 투자를 추진한다. 10월 책임 프로젝트매니저(PM)에 권한과 독립성을 부여해 성공 가능성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지원하는 한계도전형 R&D 시범과제에 착수한다. 대규모 R&D 절차·제도를 개선해 재정지원 효과를 높인다. 다부처 R&D 사업의 경우 주관부처 계획 하에 투자규모를 조정하고 1억원 이상 국가연구시설·장비 심의기간을 단축한다.
또 국내 연구기관과 미국 보스턴 연구기관 간 융합 연구·핵심인력 양성을 추진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공동연구를 대폭 확대한다. 국가별 R&D 협력 방안을 포함한 종합전략도 9월 공개한다. 정상외교와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 협상 등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연합(EU)과 R&D·기술협력을 확대한다. 다음달 한-미 첨단기술 공동 R&D를 신규 추진하고 9월에는 한-미 산업기술 혁신포럼을 개최한다. 2021~2027년 955억유로가 투입되는 EU 다자 연구혁신 지원사업 '호라이즌 유럽'과 신(新)성장 4.0, 12대 국가전략기술 등 한국 정부의 주요 기술 육성 정책을 연계한다.
국방 R&D기관을 방산기업 중심에서 비 방산기업까지 확대해 민간 R&D 역량 활용도를 높인다. 컨설팅지원·영업비밀보호 강화 등 민간 기술사업화 지원을 확대하고 산업기술 R&D 비공개 여부 결정 기준을 마련한다. 현재 500만원 수준인 직무발명보상금 비과세 한도 또한 상향한다.
첨단산업·현장 실무인재 양성과 해외인재 유치에도 적극 나선다. 대통령 주재 '인재양성 전략회의'와 국가인재양성기본법 제정을 통해 5대 첨단 산업(A·B·C·D·E)별 인재양성방안을 지속 마련한다. 7월 반도체(C), 8월 디지털(D), 4월 바이오헬스(B), 5월 환경에너지(E)를 발표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모빌리티(A), 첨단부품(C) 등 인재양성 방안을 공개한다.
첨단산업 분야 재직자를 위한 산학연계 교육과정도 활성화한다.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기존 업계 종사자 대상으로 학위를 인정하고 야간·파트타임 수업으로 업무병행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해외 우수인재 배우자 취업범위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취업·정주여건도 개선한다.
◇글로벌 클러스터 구축, 금융지원(10조원+α) 등 첨단산업 육성 가속화
정부는 하반기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전략'을 본격 추진한다.
15개 국가첨단산업벨트를 적기에 조성하기 위해 사업 타당성을 확보한 지역부터 연내 예타신청 작업을 신속히 처리한다. 이달 중 신규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하고 인허가 타임아웃제를 시행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최대 60일 내 인허가 미처리시 인허가를 처리한 것으로 간주한다. 또 연내 첨단기술 분야 글로벌 혁신 특구를 2개 지정하고, 국내 최초로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를 시행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10조원+α' 금융 지원을 통해 첨단산업 투자를 뒷받침한다. 한국투자공사(KIC)는 우리 기업이 해외 첨단산업 기업을 인수합병할 경우 공동투자 자금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를 지원한다.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소재·부품 설비투자나 해외기업 인수합병을 하는 경우 '공급망기금(+α)'이 투자된다. 반도체 생태계펀드를 조성하거나 기 조성 업종별 자펀드를 결성·투자하기 위한 용도로 '3000억원+α'를 투자한다. 신(新)성장 4.0, 국가전략산업 등에도 3조원을 공급한다.
◇新성장 4.0 전략 프로젝트 추진 가속화…성과 확산
정부는 하반기 계획된 신(新)성장 4.0 15대 프로젝트 주요과제를 신속히 추진한다. 그중 △내 삶 속의 디지털 △미래형모빌리티 △에너지 신기술 △스마트 농어업 등 4대 프로젝트는 세부 추진과제를 추가·보완해 내실화한다.
디지털 기술이 피부에 와닿을 수 있도록 생성형 AI 기술·산업을 고도화하고 및 AI 윤리·신뢰성 제고한다. 자율운영·설비관리 가능 AI기반 정수장을 구축하고 사이버보안 기술개발 지원을 강화한다. 미래형모빌리티 육성을 위해 5세대(G) 상용망 등 도심항공교통(UAM)용 주파수를 발굴·공급한다. 가축분뇨 등 유기성폐자원 활용 바이오가스 생산·이용을 확대하고 민·관 공동 개발 차세대원자로 노형을 확대하는 등 에너지 신기술 프로젝트에 속도를 낸다. 그린바이오산업 육성법을 제정해 '스마트 농어업'을 본격화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