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OLED '제네시스 GV90'에 심는다

2025년 출시 대형 전기 SUV
현대차와 미래차 동맹 속도
메인 디스플레이·인포테인먼트
첨단 부품 동시 공급 '이례적'

제네시스 엠블럼
제네시스 엠블럼

현대자동차와 삼성의 미래차 동맹이 '제네시스 GV90'에서 표출된다. GV90은 현대자동차가 개발 중인 차세대 전기차다. 제네시스 브랜드로 처음 선보이는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다. 현대차의 차세대 플래그십 SUV 구현에 삼성의 첨단 부품들이 활용돼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각각 차량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차량은 '제네시스 GV90'으로 파악됐다.

지난 5월경 삼성디스플레이의 25인치 OLED와 삼성전자가 개발한 AP가 현대차에 적용되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는데, 구체적 적용 대상 차량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제네시스 GV90은 2025년 출시 예정인 대형 전기 SUV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최상위 라인업으로,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을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GV90에 공급하는 반도체는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이다. 운전자에게 실시간 운행 정보와 영상·게임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IVI용 프로세서는 고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AP와 같이 운전과 관련된 정보와 영화·음악 등 멀티미디어를 실시간 처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전장용 중앙처리장치(CPU)를 10개 탑재해 기존 세대 대비 성능을 1.7배 높였다. 최신 연산 코어를 적용,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도 2.7배 향상했다. NPU는 인공지능(AI) 구현에 중요한 요소다.

삼성전자 IVI용 반도체가 현대차에 적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경쟁 관계 때문에 거리를 뒀던 양사가 협력한 자체도 드문 일이지만, 성능은 물론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완성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삼성이 만든 반도체가 전략 차종에 쓰이는 것도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오토 V920
삼성전자 엑시노스 오토 V920

GV90에는 또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드는 OLED도 적용된다. 크기가 25인치로 운전석부터 센터페시아까지 아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현대차 메인 디스플레이에 삼성 OLED가 적용된 최초 사례다. 삼성 OLED는 기존 아이오닉5에 적용된 적 있지만 사이드 미러의 화면을 보여주는 모니터 등 주변부 디스플레이에 그쳤다.

GV90에 삼성 프로세서와 OLED가 동시 적용되는 건 운전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기술적 상호호환으로 차량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가 디지털 정보의 창이고, 또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반도체인 만큼 유기적 결합으로 현대차는 자동차 성능과 완성도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 입장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공급함으로써 다른 경쟁사들보다 경쟁력 있는 부품 공급이 가능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3'에서 선보인 '뉴 지디털 콕핏'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3'에서 선보인 '뉴 지디털 콕핏'

현대차를 대표하는 최고급 모델이자 프리미엄 대형 전기 SUV 시장을 공략할 차종에 삼성의 핵심 부품이 적용돼 주목된다.

재계를 대표하는 양 그룹은 과거 삼성의 자동차 사업 진출로 소원한 관계를 이어왔다. 자동차의 전장화로 다양한 협력이 가능했지만 거리를 뒀다.

그러다 미래차를 위해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직접 나서면서 달라졌다. 지난 2020년 5월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소형 배터리 및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사상 첫 단독회동을 했다. 이후 협력이 조금씩 가시화되기 시작했는데, GV90에서 꽃 피울 전망이다.

GV90은 우리나라 최초의 'F세그먼트(대형차)'에 해당하는 차종으로 현대차의 새로운 도전에 삼성이 힘을 보태게 된다. GV90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미래차 동맹 출발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GV90 납품과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