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 심사를 본격화한 가운데, 면접 대상을 공개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KT와 유사한 지배구조를 가진 KB금융지주, 포스코 등 소유분산 기업 대부분이 CEO 최종 면접대상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CEO 선임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최종 면접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외부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KT 내외부에 따르면, KT 이사추천위원회는 25일 CEO 후보를 8명으로 압축하고, 28일 4명의 숏리스트 면접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이사회가 숏리스트 명단 공개 여부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KT 이사진은 후보자 공개여부·방식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이사진은 KT CEO 선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동시에, 투명하게 선정된 이사회가 전적으로 결정할 사안인만큼 공개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숏리스트 압축 3~4여일을 남겨두고 KT 내외부에서는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KT를 비롯 유사지배구조를 보유한 기업 다수가 면접후보 명단을 공개한다. KT는 2013년 황창규 회장 선임 당시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임주환 고려대 교수 등이 4명 면접대상을 언론보도 후 인정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공개했다. 2019년 CEO 경선 당시에는 구현모 전 대표를 포함해 7명 전현직인사 2명 외부인사 명단을 공개했다. 올해초 경선에서도 윤경림·임헌문·박윤영·신수정 4명 명단이 공개됐다.
KT와 유사한 소유분산기업인 KB금융지주는 CEO공모 시작단계에서 △8월 8일 숏리스트(1차) 6명 △29일 숏리스트(2차) 3명 압축 후 △9월 8일 최종 후보자 확정 예정 등 일정을 공개했다. 포스코 역시 2014년 권오준 전 회장 선임과 2017년 최정우 회장 선임 과정에서 각각 5명의 면접대상자 명단을 공개했다.
소유분산기업이 최종 면접자 명단을 공개하는 건 투명성 확보 차원이다. 다수 기업이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CEO에 도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전체 지원자 명단은 비공개한다. 하지만, 최종면접자는 이사회의 엄정한 검증을 통과한 인사들이다. 최종면접자 명단 자체가 이사회의 차기 CEO 선정 가치 기준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차기 CEO에게도 기업에게 어울리는 체급이 맞는 인물들끼리 경쟁을 통해 선정됐다는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KT 이사회는 CEO 후보 접수당시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후보자에 전달하고 동의서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명확한 설명 없이 단독 추천 후보만 발표할 경우 불투명 심사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KT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명단 공개에 대해 강력 항의한 것으로 후보자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뜸하며 “이사회가 본인들의 검증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최종면접대상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KT 한 고위 임원 역시 “숏리스트 명단을 공개한다면, 불필요하게 제기되는 이사회의 불투명 논란을 상당부분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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