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소재 수출 통제 맞대응
자국기업의 투자 사전 신고·금지
동맹국 동참 요구땐 韓경제 불똥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한 첨단 기술 봉쇄 수준을 더 높인다.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분야 대(對)중국 투자 규제를 추진한다.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내 반입 금지에 이은 추가 조치다. 자국 기업이 대상이나 동맹국 동참을 촉구할 수 있어 한국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8일(현지시간)쯤 반도체·AI 등 첨단기술 관련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 금지·제한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관련 브리핑이 7일(현지시간) 예정돼 있으며 발표는 8일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시점은 유동적이다.
중국 기업이 미국 자본이나 기술을 활용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최근 중국 정부가 최근 갈륨과 게르마늄 등 반도체 소재 수출 통제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실제 규제가 시행되면 미국 사모펀드·벤처캐피털(VC)의 대중국 투자나 IT 기업의 중국 내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첨단 기술은 중국 내에서 연구개발하지 못하도록 자금을 막고, 회사도 설립하지 말라는 것이다.
첨단 기술의 기준은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 유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무부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14㎚ 이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 기술 등을 승인 받도록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이러한 조치를 담은 제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 같이 중국에 투자하려면 미 정부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하고 일부 투자는 금지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앞서 미 의회는 반도체와 AI 등 중국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 신고를 의무화한 법안을 승인했다. 미국 투자자가 중국 첨단기술 기업 지분을 획득할 때 미국 재무부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을 찬성으로 채택했다. 상·하원 법 차이를 해소하고 대통령 서명을 받으면 즉각 발효될 예정이다.
투자 제한 규제는 일단 미국 기업만을 대상으로 해 당장 우리나라 기업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미국 의회 차원에서 동맹국에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향후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 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
또 미중 갈등 심화는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불확실성을 키워 국내 경제에 부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커지는 미중 갈등은 대중국 수출 규모나 국내 기업 매출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그동안 미국의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에 유예를 받고 있었는데, 커지는 미중 갈등에 부담이 생겼다. 새로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고, 샌드위치처럼 미중 사이에 끼어 선택을 강요 받을 수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0월 이후에도 국내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유예 연장을 위해 미국 정부와 긴밀히 논의 중인 상황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